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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Sep 13. 2022

감사하는 가을

첫 번째, 시끄럽게 찾아오는 계절이 여름이라면~{더워}
두 번째, 시끄럽게 오는 계절은 당연히 겨울이다~{추워}
세 번째, 정적을 깨며 다가오는 봄 또한 요란하다
 그리고 온 듯 안 온 듯 다가오는 계절은 가을이다


소란을 피우며 괴롭히던  여름은 미안했는지
언제 갔는지도 모르게 가을에게 바통을 쥐어주고
줄행랑을 쳤다


속삭이듯 다가온 가을은 봄 여름이 만들어 놓은
청록의 세계를 가지각색의 고귀한  빛깔을 입혀
세상을 화려하게 만들어 오색의 향연을 열어준다


물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한 계절 내내 푸르러 뽐을 내던 나뭇잎들은
낙엽이 되어 모두가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나야 하는 운명을 알기나 하듯이 최선을 다한다


森羅萬象이 그러하듯 모든 것이 인간의 삶과
어찌나 닮은꼴인지 나도 최선을 다해
가을의 단풍을 만들어내야 하는 나이인데
벌레 먹은 낙엽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내 몸은 벌레가 갉아먹은 지 오래다


남들과는 좀 다른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한눈 뜨고 살아왔고, 전신이 성한 곳이 없는
육체로 숨을 쉬고 다만, 뚜렷한 정신만이
내 몸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어 오늘도
힘들게 버티고 있음을 난  잘 안다


오랜만에 이런 넋두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음에 왠지 마음이 포근해진다
원래 가을은 지독한 孤獨에 쌓여 숨을 쉴
틈도 없이 헐떡이며 살아오던 나였다


원고지에 목을 매고 오로지 죽음과 바꿀 요양으로
지내던 수많은 날들이 이제는 허름한 초로의
늙은이의 떨어진 구두의 뒤창처럼 덜렁거리며
기약 없는 이별의 밤으로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적만이 흐르는 이 밤 유난히 크리킷의 울음소리가
슬프게 들려온다


내가 머문 이 자리는 사방 수백 미터 안에는 나와
나의 충실한 별이와 빛나외에는 아무도 없다.
물론 이름 모를 산새들과 수많은 종류의 벌레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라에 등록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별이와 빛나는 몰티즈 종견이다

예쁘고 말 잘 듣는 아이들로

외로운 나의 말벗이자 동반견이다.
지금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무엇인가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한다.
숨을 쉬고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 또 한 감사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감사하고
분량을 남겨 내일 또 내일 또 감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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