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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Dec 07. 2022

소래 포구

(蘇萊 浦口)

                                             

  내가 1971년부터 1974년까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살았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인천 행정구역이 복잡하지 않을 때였다. 4학년 때 논현동으로 이사를 하여서 살다가 졸업과 동시에 이사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살던 논현사거리에서 소래 포구까지는 도보로 30분 조금 더 걸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리 멀게만 느껴졌던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대나무 낚싯대 하나씩 걸쳐 매고 흙먼지 풀풀 나는 신작로를 따라 걷다가 샛길로 접어들어 동차가 다니던 철길을 따라 걸었던 것이 어렴풋한 추억이 피어오른다.     

  소래역이 가까워질수록 많았던 염전은 우리에게 즐거운 볼거리였다. 창고마다 백옥 같은 소금이 쌓여있어 우리는 한주먹씩 움켜잡고 아주 조금씩 혀에 넣고 짠맛을 느끼면서 걸었던 추억이 있다. 이곳에 염전이 생긴 유래는 결코 즐거워할 수 없는 사연이 있지만 말이다.


  1930년대 화약의 원료인 양질의 소금을 생산하기 위해 일본군이 염전을 만들고 실어 나르기 위해 협궤철도(狹軌鐵道, 수인선)를 깔았다. 천일염을 수탈하기 위해 소래역을 만든 이래로 소래 포구는 작업 인부와 염분을 실어 나르는 배들이 정박하면서 더욱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바둑판처럼 만들어진 염전을 걷고 있노라면 뜨거운 태양열이 보통이 아니었음에도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게 목적지를 향해서 갔다. 조그마한 소래역사를 지나면 비릿한 새우젓 냄새가 코끝을 진동한다. 소래역으로 걸어 나오는 사람들의 머리나 손에는 저마다 조그마한 동이 나 뭉치들이 들려 있었다.     

  당시 시내버스 21번을 타노라면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던 것이 생각난다. 아마도 지금 대중버스에 그런 냄새나 짐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생각 자체가 끔찍하다. 어물전을 지나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 우리들의 놀이터가 나온다.

  놀잇감은 다름 아닌 소래 철교이다. 개구쟁이 친구들은 담력 테스트를 한다면서 철교 건너기 시합을 했다. 그러면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 이 있던 난 슬그머니 빠져 다리 밑으로 가서 망둥이 낚시하곤 했었다.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철교를 껑충껑충 뛰어 건너던 아이들도 있었고 철교 위에서 바닷물로 다이빙하던 작은 영웅들은 지금 어느 곳에서 살고 있는지? 한나절 그렇게 놀다가 몇 마리 잡은 망둥이를 철사에 꿰어 어깨에 메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왜 그리 무거웠든지 빨갛게 익어버린 볼살에 석양의 그림자가 맞닿을 무렵 저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소래(蘇萊)라는 지명에는 여러 가지 유래(由來)가 있다. 먼저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과의 관련설이다. 660년(무열왕 7) 나당 연합군을 결성한 당나라가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장수 소정방을 출격시켰는데, 그때 출발한 곳이 중국 산둥성의 내주(萊州)였고, 도착한 곳이 오늘날의 소래 포구 지역이었다. 그래서 소정방의 소(蘇)와 내주의 해(萊)를 취해 ‘소래’가 되었다는 설이다.     

  그밖에 과거 이 지역의 냇가에 소나무 숲이 울창해 ‘솔 내(松川)’로 불리다가 소래 포구가 되었다는 설, 이 지역의 지형이 소라처럼 생겨 소래 포구가 되었다는 설, 그리고 지형이 좁다는 뜻의 ‘솔다’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또 소래산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는데 모두가 설이란다. 지금 염전은 오 간데없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들이 키를 자랑하듯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다. 전철이 사방으로 뚫려서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아드는 명소 중의 명소가 되어버린 소래 포구가 되어버렸다.     

  4년 전 처참히 타버린 어시장이 우여곡절 끝에 새 모습으로 단장을 하고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왔다. 나이를 먹도록 고향을 지키던 아이들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땅값으로 졸부가 되는가 하면 졸지에 들어온 부를 주체하지 못하고 투기와 허영으로 날려버려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소래가 되어 내 앞에 우뚝 서있다.  

   

  어느새 괭이갈매기 몇 마리 허공을 맴돌다 작은 돛대에 내려앉는다. 노을이 물들어 가는 한겨울의 포구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헤매는 듯하다. 지금까지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본다. 어디서 어떻게 걸어왔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걱정하지 말자. 아쉬움도 미련도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중년이 맞이하는 겨울 앞에 그저 오늘이 있으니

  내일을 그렇게 믿고 가자. 그래도 나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숨이 붙어있는 한 갈 것이다. 비록 그곳이 어디가 되더라도 세월이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어제도 오늘처럼 또 내일은 오늘처럼.          

                                 (소래 포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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