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날

태극기

by 도담 박용운




도담 박용운


먼 기억 속,

하늘은 잿빛이었고—

길 위엔 발소리보다

군화소리가 더 많았다


아이들의 웃음은 숨어 있었고,

어머니들의 눈동자는

멀리, 아주 멀리를 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는 쓸쓸히 밥을 덜다

조용히 결심했고,

누군가는 차가운 감옥벽에 손을 대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름을 잊지 않았다


펜으로—

총으로—

혹은, 빈손으로—

그들은 긴 밤을 건넜다


밤은 길었고,

새벽은 더뎠으나—

골목 끝,

흑백의 세상 속에

점 하나, 빛이 피어났다


멀리서,

들려왔다


“우리 땅이다—

우리 하늘이다!”


그날,

바람은 가벼웠고

태극기는 하늘 위에서 숨을 쉬었다


아이들은,

이름을 되찾았다

어머니들은,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쁨 속엔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이 있었다

그들의 빈자리가

이 땅의 자유를 받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이 날—

하늘을 올려다본다


바람에 스치는 태극기 소리 속에서

그들의 발걸음을 듣는다


그리고,

빼앗기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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