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오면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저울 위에 앉아
우리의 지난날과 남은 날을 조용히 달아본다
햇살은 더 이상 타오르지 않고,
스스로를 비워내듯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바람은 묻는다
너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흘려보낼 것인가
구월은 말한다
삶은 여름의 뜨거움처럼 붙잡을 수 없고,
가을의 곡식처럼 결국은 내어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그래서 우리는 알게 된다
사라짐 속에 성숙이 있고,
잊힘 속에 영원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구월이 오면,
계절은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또 하나의 철학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