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박용운
눈은 아직 오지 않았으나
거리의 공기는 이미 흰 숨을 내쉰다
유리창마다 걸린 작은 별들이
서로를 비추며 밤을 연장한다
성탄절은
어느 한 날의 이름이 아니라
기다림이 오래 숙성된 끝에
조심스레 불을 밝히는 마음의 방식
문득,
우리는 왜 이 밤에 촛불을 켜는가
왜 아이들은 창가에 귀를 대고
어른들은 오래된 기도를 꺼내는가
아득한 시간의 들판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는 이야기
그것은 역사이기보다
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않은
희망의 형식
마구간이라 불린 가장 낮은 자리
따뜻함보다 숨결이 먼저 닿는 곳에서
말보다 침묵이 먼저 배우는 울음으로
세상은 다시 시작되었다
왕의 궁전이 아니라
가난한 짐승들 사이에서
빛은 처음으로
자신을 낮추는 법을 알았다
성탄절이 오면
빛은 항상 낮아진다
높이 타오르지 않고
손바닥만 한 불꽃으로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게 한다
나는 이 날
세상이 잠시 느려지는 것을 본다
분주하던 발걸음이
잠깐 멈추어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보는 순간
누군가는 식탁 위에
빵을 하나 더 올리고
누군가는 오래 연락하지 못한
이름을 조심히 불러본다
용서하지 못한 마음도
이 날만큼은
문틈을 조금 연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빛이 스며들 만큼
성탄절은
모든 슬픔이 사라지는 날이 아니라
슬픔이 혼자가 아님을
기억하게 하는 날
잃어버린 사람을 생각하며
촛불을 끄지 않는 이유
기도가 응답되지 않았어도
입술을 닫지 않는 이유
별은 여전히 멀고
밤은 여전히 깊지만
그 사이를 건너는
작은 발자국 하나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라면
그것이
인간이 인간에게
다시 말을 거는 방식이라면
성탄절은 충분하다
눈이 오지 않아도
종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조금 더 사람이 되는 날
오늘,
나는 화려한 빛보다
창가에 남은 어둠을 더 오래 본다
그 어둠 속에서
빛이 태어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성탄절은
다시 태어나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조용히 증명하는 밤
그리고 그 밤은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조금씩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묻는다
―
지금도,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