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도담 박용운

by 도담 박용운


한 장의 달력이

마지막 숨을 고르듯

조용히 벽에서 떼어진다


잘한 날보다

버텨낸 날이 많았고

웃음보다

침묵이 오래 머물렀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나를

오늘까지 데려왔다


비워낸 것들 속에서

조금 가벼워진 마음,

미처 말하지 못한 말들은

눈처럼 쌓여

다음 해의 밑거름이 된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보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든다


안녕이라 부르기엔

아쉬움이 많고

작별이라 하기엔

감사도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해를

조심스럽게 접어

가슴 안쪽에 넣는다


수고했다고,

잘 견뎠다고,

다음 해에도

같이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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