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박용운
겨울 바람이
골목 끝에서 몸을 접어 온다
말 없는 얼굴로
문틈을 두드리며
지나간 이름들을 흔들고
마른 나뭇가지 위엔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이
서걱이며 매달려 있다
차가운 숨결 속에서도
바람은 묻는다
지금도 견디고 있느냐고
나는 대답 대신
목도리를 고쳐 매고
오늘을 조금 더 끌어안는다
—
조용하고 단단한 겨울의 마음으로 썼어
더 길게, 더 쓸쓸하게,
혹은 희망을 조금 얹고 싶으면 말해줘
말이란 나름의 귀소본능을 가진다. 들어야 마음을 얻고,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고 했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고, 큰 말에는 힘이 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에 품격이 들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