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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여행] 여긴 체험형 동물농장인가?

by 홍윤표

첫 숙소에서 처음 맞는 아침, 시차 때문에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떠졌다. 산책할 겸 전날밤 돌았던 숙소 구경을 다시 했는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동물들이 많았다. 공작새가 우리 밖으로 나와 어슬렁거리고 알록달록 작은 새들도 우리 밖 나무까지 나와서 여기저기 앉아 있었다. 한쪽에선 염소들이 서로 뿔을 부딪히며 힘자랑을 하고 있고, 타조 몇 마리가 우리 안에서 다가와 우리와 눈을 마주쳤다. 어느새 고양이 두 마리와 개 한 마리가 우리 주변을 맴돌며 따라다녔는데, 전날 소개받았던 토마스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아직 이름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순댕이 개 부기였다. 특히 토마스와 새끼 고양이는 마치 강아지처럼 우리를 졸졸 따라다녀서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정말 정이 많이 들었다. 이 외에도 숙소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더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겁이 많아서 사람을 멀리서만 관찰했다. 숙소에 묵는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았는데 마치 체험형 동물농장에 온 기분이었다.

염소, 타조, 댕댕이, 공작새 등 다양한 동물들이 숙소 여기저기에 있었다. 숙소 구경만 해도 몇 시간은 거뜬이 보낼 수 있었다.

숙소에 묵는 동안 매일 닭과 공작새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눈을 뜨고 아침 산책을 했는데 구경할 게 정말 많아서 여덟 시 조식시간까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조식은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들로 준비됐다. 숙소에서 직접 기른 재료들과 직접 구운 빵으로 이뤄진 아침 식사는 처음에는 조금 맛이 심심했는데 먹을수록 맛있었다. 첫날에 직원인 테오도르가 식당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친절하게 음식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그는 우리가 이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제일 많이 마주친 직원인데, 매일 안부를 물어주고 매번 정말 친절하게 대해줬다. 매일 커피도 직접 내려 주는데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도 매일 커피를 마시다 보니 점점 그 맛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우린 이탈리아에서의 첫 숙소에 점점 스며들었다.

매일 아침 다양한 종류의 직접 구운 빵과 직접 재배한 열매로 만든 잼을 먹을 수 있었던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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