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인형 뽑기를 잘 하진 못합니다. 원래부터 이런 거에 요령이 없는 편이에요. 하지만 가끔 딸과 함께 기계 앞을 지나가면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시도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죠. 성공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한두 번 정도는 인형을 뽑았던 적도 있습니다. 딸이 참 좋아했었죠.
인형 뽑기를 하다 보면 처음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였던 인형이 점점 귀한 물건처럼 보이게 됩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다 보면 눈에 콩깍지가 씌는 것처럼요. 인형을 뽑기 위한 돈과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노력과 바람이 단순한 봉제인형을 인형 그 이상의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요. 인형에 단순한 경제적 가치 이상의 무언가를 덮어 씌우는 거죠. 이걸 감정이입이라고 불러야 할지 착시효과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인형 뽑기에 대한 글과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중독, 도박, 도파민, 스트레스 등 다소 부정적인 단어들로 분석하는 글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숫자로 평가되는 무언가에 우리의 심상을 투영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아 보이거든요. 마치 차가운 수치의 세상에 몽글몽글한 마음이 섞여드는 느낌이랄까요. 잘은 표현을 못 하겠지만요. 시장이 매긴 가치로는 단순히 평가할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을 여기저기 흩뿌리는 느낌이 듭니다. 시장이라는 차갑고 거대한 손이 매긴 천편일률적인 가치 평가 앞에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거뿐이라고 외치며 저항이라도 하듯이요.
딸이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인형 뽑기를 하다 보면 돈을 많이 쓸 때도 있습니다. 수많은 시도 끝에 인형을 뽑고 기뻐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그 돈으로 더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을 거란 걸 깨닫기도 하죠.
하지만 딸이 껴안고 기뻐하는 건 인형 가게에서 가격표에 적인 금액을 지불하고 단순히 교환하는 그 인형이 아닙니다. 그걸 품에 안기 위해 조마조마하고 절망을 반복하다 끝내 기뻐하게 되는 이 인형이죠. 인형 뽑기를 하는 순간부터 딸에게 그 인형은 인형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인형 뽑기 기계 안에는 인형과 함께 누군가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