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팔켄베리
암스테르담 공항 하이네켄 샵에서 마신 술이 깨기 전에 스웨덴 예테보리에 도착하였다. 공항 가득한 생선 굽는 냄새를 맡으며 북유럽에 도착했음을 실감하였다. (나라마다 특유의 첫 냄새가 있다. 일본 공항에서는 다다미 기름 냄새가, 영국 공항에서는 비에 젖은 신문지 냄새가 난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예테보리에서 남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팔켄베리였다. 그 아래로는 조선 도시로 잘 알려진 말뫼 그리고 덴마크 국경으로 연결된다. 이름부터 생소한 이 작은 도시 팔켄베리는 관광지로 잘 알려진 곳이 아니여서 교통편이 좋지는 않을거라 예상 하였다. 다행히 예테보리 중앙역에서 팔켄베리로 가는 기차가 있어 팔켄베리 역에만 도착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정을 시작하였다.
친절하지 않은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예테보리 중앙역에 도착하니 이미 주위는 어둑어둑했다. 티켓팅을 하기 위해 기계에 돈을 넣고 있는데 짤랑 거리는 동전 소리를 듣고 집시들이 초점 없는 눈빛으로 큰 종이컵을 흔들면서 다가왔다. 종이컵이 흔들릴 때마다 안에 든 동전들이 달그락 소리를 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게 100% 의사 전달이 되었다. 좀비 떼처럼 집시들이 몰려들고 그중 한놈은 내 검사 가방 지퍼를 열고 있었다. 연신 신사적으로 "No Money"를 외치다 아차 싶어 오버스럽게 집시의 팔을 뿌리쳤다. 상황이 어떻든 집시들은 확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취하기에 단호할 필요가 있다. 잔잔한 물리적 충돌로 인해 크게 문제 된 적도 없다. 티켓을 뽑고 구석에 있는 흡연장소에서 담배 불을 붙이고 있을 때 집시 중 하나가 와서 나에게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한다. 담배라도 하나 달라는 뜻이겠지. 짜증 난다는 표정과 함께 저리 가라는 뉘앙스로 손짓했다. 유럽 여행 중에는 무조건 조심해야 할 무리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억척스러운 생활력에 감탄한다.
큰 백팩 두 개, 긴 보스턴 가방, 총합이 30kg의 짐을 든 나는 안락한 좌석을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탄 기차는 지하철처럼 쪼르르 앉는 좌석의 통근 열차였다. 심지어 내릴 정거장을 지나친다면 국경을 넘어 코펜하겐으로 가기에 낯선 스웨덴어로 쓰인 역 이름들을 계속 되뇌었다. 팔켄베리 역에 도착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역에서 호텔까지는 6km 정도 떨어져 있으니 택시 타면 될 것이다.
후에 차량을 렌트를 하여 E6 Highway를 타라던 공항 안내원의 말을 무시했던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단 것을 팔켄베리 역에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