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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텅빈전단지 Nov 06. 2020

EPL, 뉴캐슬 vs 선더랜드 Derby day

영국, Newcastle upon tyne


  나는 축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며 이해도도 평균 이하로 낮다.


  근대 민주주의 시초는 영국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의원 내각제등 제도적 장치를 설립하고 의회를 만들어 정당정치를 시작하였다. 모든 민주주의의 시초는 이 편 가르기에서 시작하였다.


   우리는 뉴캐슬 시티에서 지하철 한 구간 떨어진 Jesmond 지역에 살았다. 집에 비해 광활한 정원에는 새벽마다 여우가 찾아와서 잠을 자고 옆집 고양이들이 찾아와서 놀다 갔다.  Osborne Ave의 빌라 블록에는  대부분의 집들이 넓은 정원을 갖고 있었으며 몇몇 뉴캐슬 축구선수들도 살았다. Coloccini가 Ave끝에 살았다. (마을 슈퍼에서 자주 봤었다.)

  같은 Jesmond에서도 Osborne Road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은 완벽하게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 동쪽은 주로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층이  살았고 서쪽은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이 살았다. 서쪽은 매일 밤 광란의 파티를 하고 시끄러운 펍이 있는 반면, 동쪽은 마을 보건소나 작은 병원 티하우스, 크리켓 공원이 있었다. 서쪽 제스먼드인에게 동쪽 우리는 재미없는 꼰대였고 우리에게 서쪽 제스먼드는 시끄럽고 철없는 애송이들이었다.

  

  이 정도까지는 애교다.



  뉴캐슬은 Tyne강을 기준으로 또 남쪽 South Shiled와 북쪽 North Shield로 나뉜다. Tyne 강 남쪽에는 공장이나 기업 물류 창고들이 많았고 북쪽에는 대학교, 금융기관, 쇼핑센터 등이 있었다. 지역 신문을 보면 잔잔한 (하거나 큰) 사건들은 대부분 남쪽 산업도시에서 발생한다. 블랙 코미디에 굉장히 재능이 있는 영국인들이 당연히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남쪽애들은 구분하기 쉽다. 다리를 저니까. 강 넘어가려면 칼날이 들어오지 않는 Knifeproof 조끼를 입고 가라" 등등 셀 수도 없는 지역 유머를 관용어구처럼 사용한다. (실제로 Viz라는 B급 잡지를 보면 지역 말투 사전도 한 번씩 부록으로 준다.)

  Tyne강 남북 아이들이 서로 쉴 새 없이 농담을 하고 놀려대도 기분 나쁘지 않게 웃고 넘어간다.

  

   이 정도까지도 애교다.



 그러나 그 아래 Wear강 넘어서는 얘기가 다르다. Wear 강을 경계로 뉴캐슬과 선더랜드로 나뉜다. 여기는 얘기가 다르다.


우리는 빌라8에 살았고 빌라7에는 아약스에서이적한 심데용이 살았다. 물론 빌라8은 세 가구가 나눠 살았고 심 데 용은 빌라 7을 독채로 사용하였다. 당연하게도.
위 쪽 회색 부분이 뉴캐슬 시티, 세인트 제임스 파크 경기장이 있다. 아래 회색 부분이 선더랜드이다.


 Tyne and Wear 더비 데이 당일 뉴캐슬 중앙역은 벌써 개판이다. 경찰 기동대는 말도 끌고 왔다. 뉴캐슬 서포터들이 무리 지어 중앙 역을 둘러싸고 있다. (선더랜드 무리들이 올라오면 욕하려고 나온 것 같다.)

   중앙역에서 보이는 제일 큰 언덕길을 쭈욱 올라오면 뉴캐슬 시내의 중심가 Grey 모뉴먼트가 있다. 이 모뉴먼트 탑 위에 Grey 석상이 타인 강변을 바라보며 뉴캐슬을 지키고 있다. (이 분이 얼그레이 티의 그 그레이라고 자주 가는 찻집에서 들었다.) 모뉴먼트를 돌아서 뉴캐슬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간다. (뉴캐슬 중앙역에서 세인트 제임스 road로 바로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그룹도 있다.)

   뉴캐슬 서포터들은 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 이 신성한 길목으로! 우리가 맨날 술 처먹고 오줌 싸는 이 거리를! 감히 선더랜드 촌놈들이 걸어간다고!! 그것도 최종 목적지가 우리의 세인트 제임스 구장으로?  뉴캐슬 서포터들에게 선더랜드 서포터들은 침략자인 것이다.

  선더랜드 서포터들도 만만치 않다. 각오하고 왔다. 어제까지 출퇴근하며 오던 동네이지만 오늘은 참전 군인의 마음가짐으로 뉴캐슬 중앙역으로 모인다. 경찰의 바리케이드 덕분에 아직 몸싸움은 없다. 무리들이 모일 때까지 이동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반대편의 뉴캐슬 서포터들에게 욕을 한다. (물론 얌전히 와서 우아하게 경기를 구경하고 가는 팬들이 더 많지만 이쪽이 더 재미있다.)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이면 경찰기동대의 호위를 받으며 열 맞춰 경기장까지 이동한다. 무혈입성이다. 경찰의 바리케이드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뉴캐슬 서포터들은 눈이 돌아간다.

  우리나라의 월드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축제이다. 한일전을 보러 일본인들이 광화문으로 일장기를 들고 노래 부르며 모인다면? 우리는 문화 시민의식이 높은 민족이라 별일 없을 듯하다. 반대로 일본은? 그건 잘 모르겠다.




뉴캐슬 중앙역 - Grey Street - Monument를 행진할수록 펍에서 일행들이 합류하며 더욱 큰 그룹이 된다.  일부러 돌아간다.


세인트 제임스파크 경기장. 뉴캐슬 서포터 펍 The Strawberry pub. 각 팀의 Suppoter 용 펍이 따로있다.
 선더랜드 서포터들이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러 간다. 물론 잊지 않고 우글우글 모여있는 뉴캐슬 서포터들을 향해 0:3의 손가락 세 개를 의기양양하게 흔든다.

출처 유튜브  - Twelfth Man
https://youtu.be/tKQrvMcsU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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