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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텅빈전단지 Nov 05. 2020

진흙, 맥주 그리고 그놈의 피시앤칩스 - 하

영국, Hull city

   본래 일정은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에 갔으면 비틀스가 뛰어놀던 The Cavern pub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이름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헐 시티에 있다니. 분한 마음 투덜대고 있는데 동료가 근처에 유명한 펍의 직접 제조한 맥주가 끝내주는 맛이라며 퇴근 후 가보자고 한다.

   숙소에 들려 진흙 투성이의 작업복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녹슨 가로등, 붉은 벽돌담,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있는 전형적인 영국 골목길을 10분 정도 걸었더니 오늘의 목적지가 나왔다.  평일 저녁인데 안은 벌써 시끄럽다. 알고 보니 오늘이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퀴즈 데이였다. (미국 시골 펍에서는 빙고를 하듯 영국 펍에서는 1주일에 하루 퀴즈를 하는 곳이 많다. 귀엽게도)

   우리는 하루의 에너지를 그 좁은 공간 속에서 모두 쓰고 나왔기에 도저히 이 분위기에 동화되어 신날 체력적 여유가 남아 있지 않았다. 간단하게 가게에서 직접 제조 한 맥주를 마시고 근처에 있는 조용한 펍으로 이동해서 기네스를 한잔 더 주문하였다. 더 늦기 전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아 메뉴를 보니 Dish는 샌드위치와 피시 앤 칩스 (그렇겠지..)로 조촐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내 눈치를 보던 일행이 "난 맥주만 마셔도 될 것 같아."라고 말하며 저녁을 대충 맥주로 때우자는 여론을 만들었다. 한국인은 밥심인데.... 두 번째 펍을 나와서 나는 숙소로 돌아오고 나머지 일행은 다른 펍으로 갔다. 숙소로 돌아와  룸서비스로 신발 밑창 정도 굽기의 스테이크를 주문하였다.


  내가 본 영국인들은 종종 맥주로 끼니를 때웠다. 한국에서 같이 지내던 스코틀랜드 매니저도 저녁 식사 대신 근처 술집에서 맥주를 파인트로 마셨다.

  영국에서는 토요일 오후가 되면 슬슬 근처 펍으로 모인다. 점심 식사 겸으로 간단한 샌드위치나 스낵을 곁들어 맥주를 마신다. 다 같이 모여 축구를 보고 형편없는 실력의 로컬 팀의 플레이를 보며 욕을 한다. (해당 연도의 뉴캐슬 팀은 2군으로 강등됐다, 그것도 앙숙인 선더랜드에 대패하고서.)  대부분 게임 시작 전에 취한다.   

   

  




한국에는 구석구석 편의점이 있다면 영국에는 펍이 있다.
대부분의 펍이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다. 우리가 세도정치로 시끌시끌 할 때 사람들은 사랑방 같은 이 펍에모여 맥주를 마시고 축구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숙소로 돌아와 미디엄의 스테이크를 주문 하였더니 보란듯이 웰던이 왔다.


술을 잘 모르지만 칼스버그 홉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스페인 맥주가 괜찮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치킨에 카스가 제일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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