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텅빈전단지 Nov 03. 2020

LP 레코드 디깅,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파고 또 파고

영국, Newcastle Upon tyne

  연일 빅히트가 주가로 화재가 되고 있는 것처럼 연예기획사들의 역할은 단순히 가수들의 음악을 만드는 것을 넘어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문화산업의 거대한 주체가 되었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금 트렌드에 맞는  Output을 발 빠르게 내어 놓는다. 시장에 나온 output들이 서로 경쟁하며 또 다른 업그레이드가 진행된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은 더욱 수준 높은 output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세련된 현재의 KPOP이 시시각각 변하는 비트코인의 시세 같다면 80,90년대 음악들은 업그레이드 없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호랑이 연고쯤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직 빅뱅이 좋다. 지금의 KPOP은 나 같은 아재가 따라가기 너무 빠르게 변한다.


    90년 이전 음악 팬들에게 영국은 천국이다. 프로젝트 업무로 영국 Newcastle Upon Tyne 지역에서 파견 생활을 했다. 옆집 할아버지로부터 ACDC의 보컬 Brian Johnson이 이 동네 Geordie* 태생이라고 들었다. 은퇴한 할아버지에게서 락밴드 ACDC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자체가 신선했다. 아직 존재하는 레코드샵, 대형 음반 매장, 유서 깊은 라이브 클럽에서 90년대의 음악은 현역으로 사랑받고 있었다.


*Geordie : Tyne 강변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지역 사람들. 굉장히 심한 북잉글랜드 사투리를 쓴다.




Punk/Hardcore 섹션이 따로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산책 겸 시내로 간다. 강변을 따라 벼룩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2~3팀 정도 중고 CD와 LP를 팔고 있다. 이미 이 팀들의 LP는 몇 번이나 봤지만 혹시 새로 들어온 중고 LP가 있는지 열심히 뒤져 본다. 빛바래고 뜯기고 심지어 곰팡이가 핀 커버들도 있지만 대부분 LP 자체는 기가 막힌 컨디션으로 스크래치 하나 없어 턴테이블 플레이에 전혀 지장이 되지 않는다.

   벼룩시장의 최고의 메리트는 역시 가격이 착하다. 대형 매장 HMV의 경우 remastering 한 LP를 4~5만 원에 팔지만 여기서는 단 돈 몇 천 원에 살 수 있다. 1970년 초반에 찍은 프랑크 시나트라의 September of my years 앨범을 여기서 구했다. 물론 지금도 플레이에 전혀 문제가 없다.   

    Nancy Sinatra 더블 앨범을 골라 옆에 던져두고 열심히 LP 박스의 먼지를 털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내가 고른 앨범을 들고 가버렸다. 낯 가림이 심하고 예의 바르기까지 한 내가 어쩔 줄 몰라하니 주인 할머니가 "쟤가 골라놓은 거요. 이거 뺄게요."하고 나에게 LP를 툭 던져 주었다. 그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자 할머니가 대충 "관광객이잖수. 멀리서 왔는데 그냥 줘요." 하고서 깔끔하게 상황을 마무리해줬다. (할머니는 내가 이 동네 살고 있다는 것을 저번 주에 들어서 알고 있다.)


Frank Sinatra. K 44005 , UK reprised 1973 Kinney Records.


"이리오너라! 호구 입장합니다."


  시티에서 멀지 않은 곳에 O2 아카데미 라이브 클럽이 있다. 내가 머무르는 동안 dead kennedys, NOFX, Prodigy 등의 거물급 밴드들이 방문하였고 Rancid의 UK tour list에도 이 곳이 포함되었다.  매주 목, 금, 토 개성 강한 인디 밴드들이 공연을 하는데 엘비스의 창법으로 너바나 곡을 연주하는 팀 (Elvana)도 있고 너바나의 기타, 보컬의 톤 까지 그대로 카피 한 Novana라는 팀도 있다. 물론 다들 너바나를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시애틀의 Grunge Rock이 바다 건너 잉글랜드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참 의문이다.) 클럽의 하루 리스트 업이 이질감이 들 정도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해외에서 근처에 있는 레코드샵을 찾고 싶다면 아래 웹사이트를 추천한다.

www.vinylhub.com


Demob happy - 너바나의 색깔을 근간으로 구성 된 동네 출신의 인디밴드. 유일한 동양인 관객으로 몇번 관람하였더니 알아보고 공연이 끝나고 앨범을 선물 해 주었다.



The Joy formidable - Delay loop와 이퀄라이저를 어떻게 쓰는지 알려준 밴드. 3인의 꽉 찬 사운드에 놀라고, 고등학교 선생님 같은 보컬의 말투에 또 놀랬다. (내용은 전혀 선생님 답지 않습니다.)
이전 12화 진흙, 맥주 그리고 그놈의 피시앤칩스 - 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