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현재 나는 사당-삼성동을 운전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다. 10km 내외의 거리를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한 시간 반씩 통근하며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실 중국어 공부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꽉 막힌 올림픽 대로에서 느끼는 피곤함과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해 딴 짓거리를 하고 있다.
끝이 없어 보이는 차량의 테일램프 등을 보고 있으니 문득 싱가포르의 교통체증이 생각났다. 추억 거리도 되지 않아 잊고 살다가 서울의 교통 상황이 예전 싱가포르 생활을 강제로 반추하게 해 주었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싱가포르 역시 산업단지는 외곽에 위치 하였다. (금융단지는 언제나 접근성 좋은 센터에 위치한다. 이공계 후배들아 다시 한번 번 생각해 봐라.) 본인의 연구소 역시 싱가포르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Tuas 지구에 위치 해 있었다. 아파트 입구부터 AYE 고속도로를 서행하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국경이 나올 때 산업 단지로 빠져나와야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교통체증과 주차문제는 피할 수 없는 아주 보편화된 일상이었다.
9월 초부터 작은 나라 전체가 부산스러워진다. 9월 말에 열리는 F1 경기를 위해 도로를 보수하고 F1 머신이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도로 위 아스팔트를 부드럽게 그라인딩 한다. 물론 F1용 도로 보수 작업을 진행할 때에도 평소 여느 때와 같이 출퇴근을 한다. 그래서 부드러워진 노면 때문인지 9월마다 찾아온 레이싱 신에 빙의돼서 그런지 자꾸 액셀을 더 밟아 보고 싶어 진다.
연일 라디오에서는 F1 축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교통 방송에서는 현재 공사구간 및 통제 도로에 대해 알려준다. 또한 잊지 않고 방송에서는 안전 운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당신은 F1 레이서가 아니다'는 경각심을 갖게 한다.
안타깝게도 철없는 남자들의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기에 (필자 포함!) 사소한 traffic sign이나 어제까지 없었던 펜스들의 등장에 흥분하며 지금 까지 쌓여온 서행운전의 서러움을 토하듯 더욱 세차게 액셀을 밟는다. 어제까지 짜증 났던 출퇴근 길을 루이스 해밀턴이라도 된 듯 모두 다 상기된 얼굴로 신이 나있다.
사실 그래 봐야 교통 체증은 그대로이고 비록 미쯔비시 차량의 30km/h 서행 운전이지만 F1 서킷 위에서 출퇴근하는 기분은 300km/h, AMG 머신의 해밀턴이 된 기분이었다.
싱가포르, 모나코 F1 등이 Street circuit으로 진행된다. 래플스 호텔이 게임을 관람하기 좋다지만 예약이 거의 불가능하다. 근처 상가 건물 옥상이 상석이다
체스터의 마지막 공연을 F1 행사에서 봤다. 체스터가 그 사달이 났을 때 자리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주위에서는 친한 지인의 사고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