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에세이 - 몽(夢)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나는 왜 이렇게 행복하지.
출근해서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따뜻한 물에 아메리카노 한 잔 타놓고서 홀짝홀짝거리다가 수줍어하는 작은 단골손님에게 눈 맞춰 인사하고 꼬끄 몇 개 쥐어주고 조그맣게 숙이는 감사 인사에 함께 웃는다. 문 앞에서 견내심 있게 기다리는 하얀 녀석의 이름을 여쭤보고서 시들어가는 것들을 속아내고 닦아내고 붕어빵 한쪽씩 나눠먹고 말도 안 되는 농담과 말이 되는 걱정을 떠들고 서로의 수고를 고마워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해.
생각은 많지만 아무런 걱정도 없고 아무런 조바심도 불안도 없다. 그저 난, 잘될 것 같고 뭘 하든 뭐든 될 것 같고 뭐가 되든 나는 괜찮아서 나는 나를 포기한 것도 아닌데 어디서 무슨 자신감을 얻었길래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되었어. 이런 나 자신에게 어리둥절해하다가 친구에게 이런 상태를 고백했는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너는 지금 아주 건강해. 해탈한 상태야”
“…어?”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나 열반이라도 한 거냐고. 다시 물어봤지만 친구는 자신에 대해서 수없이 생각하고 그 끝에 도달한 사람이 그렇게 된다고 했다. 너는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중학교 때부터 체득해서 타인이 보기에 대가리가 꽃밭(?)인 사람이 되었다고. 친구도 나도 종교가 없는 사람이다.
“대가리가 꽃밭인 사람끼리 친구라니 아득하네.. 하긴 그래서 이렇게 상상하는 것들과 말도 안 되는 것들을 현실로 만들려고 하는 거겠지. 미래를 믿으니까.”
대가리가 꽃밭인 둘은 꿈을 의심치 않는다. 의심할 시간에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기 바쁘다. 세계를 끝없이 확장하려면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 밖엔 없어서 그토록 책을 읽는 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우리는 결국 이러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리는 미래가 풍부해질수록 그곳으로 뛰어가는 현재가 지난하고 고되지만 아무렴 행복해서 현실 같은 건 흘러가는 구름 같은 거라고. 우리는 상처 난 달을 꿈꾸자고 말하면서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