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삶을 이어나가며 가장 중요한 것은 ‘쉼’이다. 잠시 모든 것들을 멈추고 오직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 그 시간은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 가장 솔직하고 편안한 시간이어야 한다. 쉼은 유일하게 나만 생각하며 이기적이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가장 나답게, 나에게 어떠한 부담도 없게, 그렇게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주변 사람들만 보아도 마음 편히 쉬는 걸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쉬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고, 쉬고 난 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을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속도가 있는데도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혹은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했다는 걱정 그리고 다가올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쉬는 시간을 망쳐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쉼의 중요성을 알아버린 나조차도 쉬는 시간들을 가지면서 앞에서 말한 걱정들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화’를 통해 이제는 그런 걱정들이 든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버릴 줄 알게 되었다. 합리화는 때론 도움이 된다.
내일부터 있을 정신없는 스케줄을 앞두고 이틀 연속으로 쉬게 되었다. 쉬는 날에는 절대 나가지 않는 편이라 집에만 있고, 주로 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나는 예전부터 개인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고, 사람들과 있을 때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을 꽤나 잘 보내왔다.
사실 나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쉬는 날에도 계획을 세워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바쁜 집순이 었다. 작업할 것들을 집에 챙겨 와서 한다던가, 연습을 한다던가 하는 본업과 관련된 일들을 집에 와서도 해왔다는 것이다. 그저 몸이 집에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해왔었는데 점점 쉼을 가져도 지쳐가는 나를 발견했고, 나에게 남은 것은 피로와 점점 늘어가는 일들, 그리고 무거워지는 어깨였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 잠을 잘 때 빼고는 거의 매시간 생각을 하고 있다. 아마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이해를 할 것이 분명하지만 한번 시작한 생각은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머리를 비우고 싶어도 무엇이든 생각이 나고 그 생각은 결론 없이 수많은 가지를 뻗고 나가서 결국 엄청난 ‘생각 나무’를 만들어내고는 한다.
많은 생각을 멈추고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간절하게 원하게 되었을 때 시도를 했던 것은 ‘명상’과 ‘글로 생각 정리하기’였다. 이 두 가지는 지금까지도 생각이 많아질 때 아주 잘 쓰고 있는 나의 루틴이 되었는데 친구들에게 명상을 한다고 하면 다들 신기해한다. 나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신기할 정도로 명상의 고요함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명상을 함으로써 진실된 나의 욕심과 마음을 마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버리려고 해도 잡초처럼 다시 자라나고 때로는 성취에 좋은 거름이 되어주는 것이 욕심이다. 그리고 과하면 좋지 않은 것 중 대표적인 하나가 욕심이다. 나는 욕심을 냈다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후회했던 경험이 많았기에 욕심을 버리고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잘되고 싶고 조금 더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은 이상하게 계속 자라난다. 그리고 그 마음은 현재의 나의 모습을 형편없게 바라보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욕심은 필요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 욕심이 과할 때는 쉬면서 그 욕심의 본질을 생각한다. ‘과연 내가 정말 나를 위해서 내는 욕심일까, 아니면 누군가보다 더 잘나고 싶어서 내는 욕심일까.’를 생각하며 명상을 한다. 생각을 하다 보면 나를 위한 욕심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욕심이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삶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계속 달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러다가 폐가 뜯어질 것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기에 나는 중간중간 쉬면서 달리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 우리는 ‘쉼’을 통해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명상이 어렵다면 글로 마음을 적어보는 방법도 좋다. 머릿속에서 돌아다니는 말들은 지나가면 흐릿해지지만 글로 적힌 마음들은 그렇지 않기에 조금 더 정리하기가 쉽다.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어차피 나만 보는 글이니 정말 솔직하게 적어도 괜찮을 것이다. 누군가가 미운 마음이 드는 것, 내가 더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나보다 훨씬 잘 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과 자만심 등… 솔직하고 날 것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조금은 창피할지 몰라도 계속 함께 있어야 할 자신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수하고 바라볼 용기를 가지며 글을 써야 한다.
나는 매일 일기를 쓰는데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쓸 때도 있고 아니면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도 있다. 느낌은 다르지만 마지막은 ‘합리화’로 끝내는 것이 내가 정한 규칙이다. 요즘 내가 자주 하고 있는 ’ 생각을 멈추는 생각‘은 “언제 내가 걱정한다고 바뀐 일들이 있었나”라는 생각인데 꽤나 도움이 많이 된다. 내 힘으로, 내 노력으로 쉽게 바뀌지 않을 일들에 대한 고민들을 해결하는데 특히나 도움이 된다. 그냥 빨리 생각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솔직히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몸을 움직여서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 아닌 이상 가만히 앉아서 걱정만 한다고 해서 나아진 일을 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기에 그저 ‘아 몰라’로 내쳐버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어쩌면 걱정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내 생각이고 내 걱정이니 내 마음대로 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모른 척하고 닫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을 때 일부러 도파민을 찾았었다.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보고 시야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하지만 생각은 없어지지 않은 채 나의 머리와 마음속에 계속해서 자리를 잡고 몸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 마음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점점 지쳐가고 삶이 힘겨워졌다. 해결되지 않은 일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모진 마음들을 바라보기에는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합리화’를 하려면 무조건적으로 생각정리를 해야 한다. 깔끔하게 잊으려면 꼼꼼하게 체크하고 버려야 한다. 합리화라는 것이 쉬워 보여도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는 은근 용기가 필요하기에 나도 처음에는 너무나 어려웠다. 괜히 도망가는 것 같고, 나를 포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내 힘으로 해결되지 않을 일들을 걱정하는 것은 그 본질을 잘 정리해 본 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려면 정리가 잘 된 마음과 머리가 필요하다. 과부하가 온 몸에 욕심을 부려서 무언가를 더 가지고 얻겠다고 쑤셔 넣다가 결국 모두 다 터져버리는 수가 있으니, 꼭 쉼을 가지며 나의 정신을 정리하며 비워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는 내일부터 정신없는 하루들을 2주 정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어제오늘 명상과 글을 쓰며 마음을 정돈했다. 물론 침대에 누워서 늘어져 있는 시간도 가지며 가장 나다운 시간을 보냈다. 완벽하진 않지만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는 마련해 둔 것 같다.
당장 5분 후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삶이다. 나는 나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걱정이 앞서서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맑고 깨끗한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길 바란다.
‘쉼’은 중요하고, 그 안에서 진실된 ‘생각’은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쓸모없는 욕심을 걸러내어 말끔히 버릴 수 있는 합리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 짊어질 수 있는 무게만 짊어지고 용기 있게 내던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 ‘고요함’을 익숙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도파민 중독이 심각해진 때가 오면서 고요함과 잠시의 조용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꼭 고요함을 곁에 두고 친하게 지냈으면 한다. 고요함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각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조금 더 또렷하게 이루어지며, 차분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