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생각하는 밤에
당신이 꿈을 꾼다면 좋은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늑하고 따뜻한 밤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뒤척임도 없이 온전한 잠을 잤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늘 당신을 걱정합니다. 당신의 하루의 시작과 끝을 걱정합니다. 고요하게 지나가길, 시끄럽게 지나간다면 사랑으로 가득 찬 시끄러움이길,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아끼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언젠가부터 나의 밤은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당신이 나를 만나러 온다고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저 기다리고 싶어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여러 모습으로 나에게 나타납니다. 나의 밤에 당신이 나타나는 순간, 그날의 잠은 행복함을 지니며 내려놓아야 합니다. 당신의 생각은 끝없이 자라나는 큰 나무처럼 여러 가지를 뻗으며 나아갑니다.
당신과의 첫 만남을 생각합니다. 너무나 수줍고 예쁜 얼굴이 보입니다. 처음 다투었던 날을 생각합니다. 미운 얼굴이지만, 할 말이 많은 얼굴이지만 서로를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다르기에 새로운 다름을 안아주고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대신 긴 시간 동안 당신과 나의 자리가 너무나 달랐으니 이제는 손을 잡고 천천히 같은 자리로 가보자고 말합니다. 당신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몸을 뒤척이다가 머릿속에서 당신으로 그림을 그려봅니다. 처음에는 연한 파스텔톤으로 밑바탕을 칠합니다. 곳곳에 빈 자국들이 있지만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여러 모습을 표시합니다. 나는 당신의 웃음을 좋아하기에 밝은 노란색의 꽃들을 그려봅니다. 욕심을 내어 당신의 마음이 있을 중앙에 갈색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멀리서 보면 해바라기 같기도 합니다. 갈색에 가까운 초록잎을 그려봅니다. 꽃은 당신이고 잎은 내가 됩니다. 이것을 마음과 연결 지어 당신만 바라보는, 당신을 맺고 있는,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속으로 만족감을 느낍니다. 만족감을 갖는 것과 동시에 그림은 사라지고 캄캄한 어둠이 나옵니다. 내가 눈을 감았기 때문입니다.
아주 희미한 자국들이 보입니다. 이상한 형상들이 만들어집니다. 그 모습이 꽤나 신기해서 눈을 감은 채로 눈을 감는 것을 참아봅니다. 생각보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을 감는 것은 쉽습니다. 당신을 사랑함에도 더 사랑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끝인 줄 알았지만 무언가 더 나아갈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나는 생각보다 끝인 줄 알았던 문을 끊임없이 열 수 있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보다 얼마큼 당신을 더 사랑할 수 있다는 걸까요. 몇 개의 문을 더 열 수 있다는 걸까요
당신의 밤에 나의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처럼 생각에 기대어 잠을 포기하고 사랑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함께 찍은 사진들을 봅니다. 시간의 순서대로 흘러가는 사진을 보다 보면 점점 닮아가는 우리가 보입니다. 참 신기합니다. 이제 나의 얼굴에서 당신의 모습이 보이고, 나의 말투에서 당신의 말투가 느껴집니다. 나의 주변에 당신의 흔적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내 곁에 없어도 늘 곁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당신도 그러할까요. 나의 온기와 모습을 늘 느끼고 있을까요.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내가 곁에 없는 시간 동안 어떠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평범한 하루들을 평범하고 아늑하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당신을 생각하며 나의 사랑을 느낍니다. 누군가에게 깊이 사랑을 느끼는 내가 어색하지만 신기하기도 합니다. 당신도 그러할까요. 나를 사랑하면서 새로운 당신을 발견했을까요. 좋은 어색함을 느꼈을까요.
처음으로 영원함을 꿈꿉니다. 벅찬 바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맞이할 모든 시작과 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서로를 믿으며 다가올 날들을 두려움 없이 맞이하고 싶습니다.
부디, 당신의 밤이 나의 밤보다 따뜻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