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취글

취글-하-

매혹당한 사람

by Ubermensch



나는 취했다. 이 글은 취한 채로 쓴다. 이 주제는 여기 모여 취한 채로 취한 작가 중 한 사람에 대해 쓴다. 내 주제의 사람은 나에게 매혹됐다. 예쁜 성이다 하씨. 그 하는 물을 뜻한다고 한다.


나이가 많다. 나보다 스무살은 많을 것 같다. 박사라고 했다. 연한 갈색의 깊은 눈을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웨하스 같은 겹겹이 깊은 쌍커풀이다. 나는 보편적인 평범한 사람들과 대화하는게 너무 재미가 없다. 무시하거나 낮추어 보는게 아니다. 그냥 내가 못 어울린다. 그냥 평범하고 일반적인 세상에 내가 맞추지를 못한다. 그냥 나만의 딥 다크하고 꼬불꼬불한 그런 미로같은 세계가 따로 있다. 갈색 웨하스 눈을 가진 작가님은 내 세상을 알아봐 주신다. 그래서 대화가 통해서 좋다. 싫은 적도 있었다. 나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커서.


나는 나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돌보고 참견하는 사람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세계에 침범하고 나를 교정하고 고치려 하고 돌봐주려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인정하고 받아주고 사랑해주는 의도나 마음 자체는 참 따뜻하고 좋지만, 그건 결코 내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감정은 아니다. 나를 약하게, 그리고 머물게 하는 류다. 그래서 나를 망설이게 하고, 머뭇거리게 무섭게 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싫다. 하작가님은 나에게 매혹됐다. 그걸 너무 명확하게 알겠다. 그래서 그 마음을 무시하고 짓밟았다. 그는 그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를 내 세계로 다시 포함해왔다.


나는 사람의 눈을 본다. 맑고 연하고 크고 깊은 눈은 많은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나는 그 눈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그 작가님의 눈을 나는 봤다.


keyword
Ubermensch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1,111
매거진의 이전글취글, 장미에 대한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