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노엘이와 감자

by Ubermensch






내게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첫째 고양이는 2011년도 내가 독립할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가 선물해줬다. 갓 엄마 젖을 뗀 50일 된 아기고양이 칠형제가 있던 가정집에서 데리고 왔다. 사진상으로 내 눈에 가장 예뻤던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정해놓고 보러 갔다. 이상하게 고양이들은 나를 잘 따른다. 강아지는 별로 안 좋아한다. 그 에너지와 애정을 좀 과하고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편이다. 강아지들도 나를 그렇게까지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어쨌든 내가 마음속으로 찜했던 가장 예뻤던 고양이는 성격도 좋았다. 남자친구와 그곳에 방문했을 때 사진으로 보고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던 예쁜 아기고양이는 처음 보는 내게로 다가와 응석을 부렸다.


나는 그 작은 아기고양이가 너무 예뻐서 조그만 머리통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때 어떤 못생긴 고양이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예쁜 고양이를 때려서 밀치고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20분이 넘도록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나만 바라봤다. 못생긴 고양이는 흰 털에 오른쪽 눈은 호박색 왼쪽 눈은 하늘색이었다. 그 짝짝이 오드아이로 나만 빤히 보면서 파고든 품에서 떠나지 않았다. 예쁜 고양이는 내 주변을 맴돌았지만 못생긴 고양이의 기세에 내게 더 가까이 오지 못했다. 나는 결국 못생긴 고양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흰 털과 반짝거리고 색다른 전구같은 눈이 크리스마스 같아서 이름은 노엘이라고 지었다. 그 고양이는 지금 15년 동안 내 옆에 있다.


노엘이는 처음 온 날부터 내 품에서 잠을 잤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현관 앞에서 나만 기다렸다. 그사이 남자친구가 바뀌었다. 그는 하루 종일 나만 기다리는 노엘이가 안쓰럽다고 했다. 둘째 고양이가 있으면 노엘이가 덜 외롭고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감자를 데려왔다. 감자는 정말로 정말로 예쁘게 생긴 고양이었지만 6개월이 되도록 분양이 되지 않고 케이지에 갇혀 있던 고양이였다. 성격이 굉장히 예민하고 겁도 많고 좀 그랬다. 우리 집에 와서도 일주일 내내 확장된 동공이 수축되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다.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나도 노엘이도 그런 감자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날 무렵 어느 날 감자는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내 품으로 왔다. 커다란 녹색 눈으로 나를 쳐다보길래 손가락으로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었다. 가만히 있었다. 그때부터 감자는 나를 엄마로 여겼던 것 같다. 그날 이후 껌딱지가 되었다.


노엘이는 감자가 내 품에 안기는 걸 본 이후 식음을 전폐하고 우두커니 벽만 바라봤다. 노엘이는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고양이였다. 흰 털에 파란 눈이나 오드아이 고양이는 유전적으로 난청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배신감과 침울함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노엘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침대에 데리고 와 껴안고 앞발을 손으로 쥐고 말했다. 감자는 너 때문에 데려온 거야. 여전히 너를 사랑해. 나를 원망하고 슬퍼하는 것 같아서 조금 울었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귀가 들리지 않는 노엘이는 그날 내 마음을 받아들여준 것 같았다. 신기하게 그날 이후 노엘이는 다시 밥을 먹고 감자를 동생으로 인정해 줬다. 둘은 서로 앞발을 날리고 멱살을 잡고 뒹굴며 털을 날리며 격렬하게 싸우다가도 느닷없이 핥아주기도 하고 항상 같이 다녔다.


고양이들은 내가 퇴근하면 야옹거리며 마중을 나온다. 도어록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감자가 졸졸 마중을 나오고 그 기척을 본 노엘이도 따라 나온다. 감자야, 하면 야옹. 하고 대답을 하면서 달려온다. 둘 다 유순해서 내가 실수로 꼬리나 발을 밟아도 꺆.하고 비명을 지를 뿐 하악질을 하거나 공격을 하지 않는다. 내가 고의가 아닌 실수인걸 안다. 나는 고양이들에게 그렇게 큰 애정을 주지는 않는다. 밥과 물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줄 뿐이다. 고양이들은 그저 스스로 내 근처에 오거나 나랑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좋아한다.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놀아주지도 않고 특별히 예뻐해주지도 않는다. 귀찮아할 때가 많다. 털도 많이 빠지고. 집안도 어지럽혀서. 고양이들이 왜 나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처음 보는 고양이들도 나를 잘 따르고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고양이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