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마냥 즐겁진 않은 당신에게
난 2월 말이 생일이다.
비록 윤년에 태어나진 않았지만, 난 가끔
‘2/29가 생일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종종 한다.
생일이라니.
어렸을 땐 정말 기대하고 설레는 특별한 날이었다.
그런데 점차 해가 지날수록, 그 기대는 무뎌지고
오히려 내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뜸해질까봐,
내가 챙겨준 이들이 날 잊고 지나갈까봐 두렵고 서운한 날이 되어왔다.
그래서 난 내내 2/29가 생일이었으면 좋겠단 상상을 하곤 했다. 내가 굳이 밝히지 않는다면, 4년에 한 번만 내 생일을 맞이할 수 있으니. 그럼 이 겉보기에 행복한 슬픈 날을 최대한 덜 보낼 수 있으니.
물론 2/29가 생일인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그냥 생일을 서글퍼하는, 불쌍한 한 이의 푸념이라 생각해줘요.
결국 인간관계 이야기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까진 기대 안 하지만,
give & take 의 기본조차 안 된다면 서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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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고민하던 중,
이젠 더 이상 생일에 서글퍼하지 않게 되었다.
정확히는 그런 나를 발견했다.
학창 시절에 누구보다도 친구 생일을 잘 챙겨줬지만,
정작 내 생일 때 카톡은 조용했다.
매 번 열두시 땡 치면 선물 보내고 편지를 썼는데, 나에게는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었다니, 현타도 많이 오고 서글펐다.
나는 카톡에 친구 수가 적었다.
그래서 ‘생일인 친구‘ 칸을 켜두고 미리미리 신경써주는 편이었다. 사실 ‘돌려받고 싶어서’ 라기 보다는 그 사람에게 진심이었던 것 같다. 내가 그 사람에게 원한 건 선물이 아닌, 생일 축하 메시지 한 통이었으니 말이다.
스무 살, 역시나 조용한 생일이 지난 후
재수 때 고독의 사유를 하게 되었다.
공부에 전념하고자 모든 인간관계를 끊었고,
‘물리적으로’ 1년 간 아무와도 말을 안 했고,
MBTI가 INFP에서 INTJ로 변했다.
감정이 메마른거지.
별 생각 안 들게 되었고, 하루하루 벅찬 일정에 기존 친구들 생일 역시 기억에서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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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와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동기들, 선후배들, 아르바이트에 과외생들, 또 취미 밴드나 학원 선생님들 등 대학 외적으로도 너무 많은 지인들이 생겼다.
다 연락처에 추가하니,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생일이라는 알림이 뜬다.
굳이 축하해주긴 뭐한 관계이고, 너무 사회가 시끄러워서 카톡 창을 닫아버렸다.
이젠 누가 생일인지 잘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
그 마음가짐을 가지니 서글펐던 생각이 어느덧 사라져있었다. 결국 인간관계에 진심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그저 삶을 살아가기 바쁜 사람들이었다.
길에서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씩의 거대한 인생을 살고 있다.
내 기분을 타인이 좌지우지하게하지 말자.
그저 타인에겐 내 생일 역시 지나가는 하루이고,
내게도 그들의 생일이 벅찬 하루일테니,
그들의 여유와 축하를 당연시하지는 말자.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하해준 이들에게 소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