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는 사람이다
작가는 전지적 존재라고
모든 것을 설계하고 조정하며
모든 인물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니다
작가란 그저
그들의 삶을 조심스레 따라가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그를 죽일까 말까 고민했다
그를 죽이면 작품은 더 선명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를 너무 오래 봐왔고
그래서 너무 잘 안다
말투, 습관, 생각
그가 혼자 있는 밤의 공기까지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의 손에 마지막 소주 한 잔을 쥐여주고 싶었고
흔들리는 눈빛 뒤에 숨어 있던 고백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작가는 신이 아니라
삶을 직면한 인간이다
죽여야 하는 순간이 오고
죽일 수 없을 때도 찾아온다
살고 싶다고 한 그를
나는 죽여야 한다
이 선택은 내가 아니라 이야기가 강요한다.
그 순간 나는
작가이면서도 시청자다
죽음을 목도하고도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눈을 감고 결정한다
마지막 대사를 고치고
슬픈 음악처럼 여운을 설계한다
아프다
너를 잘 알기에...
내가 만든 너이기에...
작가는 모든 것을 만들지만
캐릭터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똑같이 느낀다
작가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에게 진심을 준다
그래서...
누군가의 생을 끝낸 후 나는 더 조용해진다
그가 죽은 오늘
나는 하루 종일 그의 마지막 대사만 떠올렸다
나는
살리는 사람이다
죽이는 사람이다
그들과 함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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