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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다혜 Feb 07. 2021

실천해볼까요, 소비의 해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지난 8월,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를 겪으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해시태그가 공유되었습니다. 2020년은 지금까지 인간이 행해온 파괴에 대해 지구가 참지 못 하고 복수를 하는 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상 현상들이 많이 나타났는데요. 기후 위기는 거짓이라는 말부터, 이미 지구의 멸망을 막기는 늦었다는 말까지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히 누려왔던 이 풍요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막연히 저 먼 곳 어딘가의 얼음이 녹는 북극곰의 문제가 아닌 긴 장마와 계속되는 태풍,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모습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우리가 풍요를 좇아 마음껏 소비하는 동안 지구는 어떻게 달라져왔는 지, 달라진 지구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호프자런의 신작,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비하려면, 먼저 이 지구에 대체 어떤 일이 있어왔는지에 대해서 아는 게 우선일 거예요. 호프 자런은 어려운 과학 이론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들을 통해 지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설명해요. 먹는 것들(곡식, 가축, 물고기, 설탕)부터 우리의 생활(자동차, 전등, 에어컨), 그리고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날씨까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돌아보게 합니다. 호프 자런은 탁월한 글 솜씨로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하며 과거와 지금의 상황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비교합니다. 또한 다양한 연구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이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현 세대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고기를, 생선을, 설탕을,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를 이야기해요. 과거에 비해 인구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생산량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인구의 증가폭보다 생산량의 증가폭이 더 크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우리에게 필요한 적정량이 아닌 그 이상 불필요한 양까지 생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호프 자런은 그 엄청난 양의 생산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들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매일 거의 10억명이 배를 곯는 동안 또 다른 10억명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망쳐버린다. 우리는 먹을 의도가 전혀 없는 음식에 숲과 깨끗한 물과 연료를 걸고 도박을 하는데, 매번 그 도박에서 지고 있다. 우리 입맛에 봉사하기 위해 이 지구에서 짧은 시간 머물다 가는 셀 수 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을 무의미하게 멸종시켜버렸다."

지금까지 누려온 풍요의 삶과 그 이면에 대해서 읽다 보면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자원을 누리는 자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자의 불일치때문이에요. 누리는 사람은 계속해서 그 풍요와 편리함을 누리며 자연의 훼손을 외면합니다. 혹은 외면할 필요도 없이 그 위험성과 파괴가 당장 내 눈 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소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망각해버리고 말죠. 그러나 그로부터 발생하는 고통은 정작 다른 사람, 다른 생명에게 전가됩니다. 누군가 꼭 먹어야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것을 먹으려하고, 걸어도 되는 거리를 굳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함에 의해 누군가는 생존권을 위협받게 됩니다. 이에 호프자런은 이러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완벽하지 않아도 실천으로 옮기는 자세를 강조합니다. 

"육류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물고기를 조금 덜 먹는다면 이는 그만큼 다른 누군가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된다."

환경 보호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푸른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모든 인간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길,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고통은 피할 수 있길 바라는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정세랑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의 특성은 번지는 것에 있으니까요. 불완전하더라도 따뜻한 그 마음이 점점 번져나간다면 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의 날들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거예요.

"이 세상의 모든 결핍과 고통, 그 모든 문제는 지구가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지 못하는 무능이 아니라 우리가 나누어 쓰지 못하는 무능에서 발생한다. ...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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