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의 할 일은 물속에서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일

여름의 수영들

by 위다혜

올여름의 할 일은 물속에서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일. 작년 여름, 제주도에서 바다수영을 한 뒤 한 번 더 바다수영하러 가자!라고 이야기만 하다가 여름이 끝나버렸다. 여름은 늘 갑자기 끝나버리고, 나는 그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다음 여름에는 꼭 수영을 자주 하겠다고 다짐했다. 기다리던 여름이 왔고, 나는 다행히도 그 다짐을 잊지 않았기에 피부를 노릇하게 구우며 물속에서 지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다른 계절과 여름이 가장 구분되는 점은 단연 높은 기온일 것이다. 따뜻함을 넘어서 뜨거움이 느껴지는 온도에 사람들을 걸쳐있던 옷을 하나둘씩 벗어두고 가장 최소한의 옷만을 입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수영복은 가장 여름을 대표하는 옷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 중 가장 미니멈한 옷인 수영복만 걸치고 야외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여름의 바닷가 혹은 수영장뿐일 것이고 이는 더운 날씨에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하는 여름의 특권이다.

그동안의 춥고 쌀쌀한 날씨에 굳어있던 몸을 뜨거운 온기에 해동하듯 썬베드에 펼쳐둔다. 점점 팔이 노릇노릇해지고 땀이 날 때쯤, 바로 앞에 보이는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근다. 다리부터 가슴, 어깨까지 서서히 담근 뒤 비소로 파란 물속으로 잠수를 하며 머리까지 담그는 순간 더위는 사라진다. 동시에 주위의 소음이 차단되며 찾아오는 물속의 평화로운 고요. 마치 우주에 온 듯 둥둥 뜬 채로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분을 마주하면 비로소 여름이 찾아왔다는 기분이 든다. 올해는 물속 여름을 자주 즐기기 위해 다양한 장소를 찾아가보았다.

한강 수영장 @뚝섬

서울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수영장인 한강 수영장. 코로나로 인해 몇 년간 닫혀있다가 열린 곳이라 꼭 가보고 싶었는데 올해 드디어 다녀왔다. 한강 근처에 위치해 있어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물놀이장보다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매우 저렴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한강이 보이고, 지하철이 오가는 것이 보이는 도심에서 수영을 하는 것은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촉감과 앵글로 바라보게 한다. 단점은 샤워시설, 탈의실이 매우 열악해서 제대로 씻고 정돈한 후 귀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도 젖은 머리를 햇빛에 말려가며, 수영장의 냄새를 머금은 채로 집에 돌아오는 것도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낭만으로 여길 수 있다.

강문해변 @강릉

정동진 독립 영화제를 위해 찾은 강릉에서, 수영을 하기 위해 찾은 호텔 바로 앞의 해변. 휴가의 피크인 8월 첫째 주에 찾은 해변이기에, 뉴스에서 종종 보이던 '물 반, 사람 반'의 해변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강문해변은 그렇지 않았다. 강문해변은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구간이 있기에, 수영을 할 수 있는 구간을 한정해서 막아뒀는데,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껴져서 좋았다. 수영할 수 있는 면적이 좁아서인지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파라솔과 돗자리를 빌려, 모래사장의 온기와 바닷물의 차가움을 번갈아가며 느꼈다. 바닷물은 역시나 매우 차갑고 매우 짜고 매우 깨끗했다.

씨메르 @인천

씨메르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파라다이스 시티의 수영장이다. 짐을 많이 챙기지 않고 가도 수영의 시작과 끝까지 이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샤워도구부터 수영복 담을 비닐, 샤워타월까지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대규모의 수영장과 워터 슬라이드, 다양한 종류의 자쿠지, 그리고 노곤하게 몸의 피로를 씻을 수 있는 사우나와 찜질방까지 갖춰져 있어 마무리까지 완벽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장 많이 머물렀던 곳은 야외의 수영장이었는데, tv 속 해외 스포츠 뉴스 영상과 풀 바 때문인지 외국 어딘가의 수영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쾌적하고 다양한 수영장 시설, 그리고 고객에게 맞춰져 있는 편의시설들을 이용하고 싶을 때 가보면 좋을 곳이다. 평일에 갔음에도 사람이 꽤 많았어서, 사람이 북적이는 주말엔 가급적 가지 않으려고 한다.

nest 호텔 수영장 @인천

네스트 호텔의 꼭대기 층에 있는 수영장. 호텔 투숙객이어도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해서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밌게 놀다 온 수영장이었다. 수질의 관리도 꽤 잘 되는 편이었고, 수영장 바로 옆에 핀란드식 사우나가 있어서 번갈아가면서 즐기기 좋았다. 근데 호텔 수영장이어서 그런지 나처럼 진짜 수영을 하고싶어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고 다들 사진을 찍느라 바빠보였다. 스케줄은 잘 모르겠지만 주말마다 있다고 하는 거품파티도 함께 했다. 사실 거품을 뿌리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물속에서 거품을 가지고 노는 경험은 어릴 적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아서 재밌었다.

진관사 계곡 @서울 은평구

계곡은 무조건 먼 거리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집과 가까운 거리에 이런 계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기뻐하며 달려갔던 곳. 도심에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곡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었다. 은평구의 진관사라는 절 근처에 위치한 이 계곡은 수심이 얕아서 어른이 수영을 하기에는 어렵지만, 녹색의 풍경 속에 가만 앉아 더위를 식히기 좋은 곳이다. 숲의 나무들이 기온을 낮추어주기 때문인지, 매우 더운 날이었는데 계곡 물에 발만 담그고 앉아있어도 매우 시원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그 어떤 곳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 계절을 통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숲과 바다를 통해 배운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 지구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발에 땅을 딛지 않고 둥둥 떠다니거나, 엎드려 손과 발을 허우적대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왠지 중력을 거스르는 비일상적인 느낌을 준다. 수영의 이러한 면 덕분에 물속에 있을 땐 잠깐이라도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여름은 비일상 속으로 걸어가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