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시작한 아침 글쓰기 루틴
올여름부터 아침마다 글쓰기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소위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이 유행하기 전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해내는 뿌듯한 시간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고요하고 조용해 보이는 새벽과 아침의 시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집중하는 시간은 귀해보였다. 아침의 중요성, 미라클 모닝의 장점을 다룬 글들을 읽으며 스스로를 동기부여하려고 했지만 아침의 피곤함과 졸림을 매번 견디지 못했다.
아침 시간에 대한 동경은 취준생이던 무렵부터 시작되어 직장인 4년 차인 지금까지 이어졌다. 직장인이 되니 아침 시간이 더 간절했다. 하루 9시간을 일에 쏟고 집에 와서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요리를 해서 스스로를 먹이고, 살기 위해 운동을 다녀오고, 집안 정리를 하고 나면 저녁 시간이 끝났다. 그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퇴근 후의 몸은 지쳐있었다. 맑은 정신과 지치지 않은 몸으로 무언가를 하려면 아침 시간이 필수적이었다.
올해 상반기, 내 알람 목록에는 늘 5시 55분, 6시 알람이 켜져 있었다. 평소의 기상시간인 6시 45분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뭐라도 해보려는 나의 의지였지만 6개월 동안 무사히 일어났던 적이 단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나는 아침잠에 취약했다. 이대로 살다가는 진짜 출퇴근의 반복만 있는 삶을 살게 될 것 같아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다행히 유연근무제가 가능한 회사였기에 8시였던 출근시간을 8시 반으로 바꾸고 기상시간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출근이 늦어진 덕분에 30분의 여유시간이 생겼고, 기상시간은 지난 몇 년간 유지해 왔던 것이기에 동일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생겨난 30분의 아침 여유 시간은 내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아침마다 여유롭게 스트레칭을 한 뒤 따뜻한 물과 함께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아침 시간을 확보하고자 한 데에는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고자 하는 생각도 한 몫했다. 자취를 시작한 뒤 아침을 차려 먹고 나오는 건 도저히 불가능이어서, 아침마다 1층 카페에서 요거트나 샌드위치를 사다가 회사의 모니터 앞에서 먹곤 했다. 하지만 밖에서 사 먹는 아침은 건강에 안 좋은 식품들이 많았고, 급한 아침보다는 내 손으로 직접 차려 여유롭게 먹는 건강한 아침을 원했다.
아침을 먹고 난 뒤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제된 글을 자주 쓰는 것을 매 해 신년 목표로 정해두었지만 글을 쓸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이루지 못했다. 아침마다 고정적인 글쓰기 시간을 두니 날마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씩만 써도 글 한 편이 완성되곤 했다. 아침의 그 뿌듯함은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남은 하루의 일들을 더 너그럽게 바라보게 했다. 나는 여름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고, 글쓰기를 시작한 무렵이 여름이었으므로 여름에 대해 쓰는 것은 나에게 숙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아침마다 좋아하는 여름에 대한 글을 쓰는 일, 재밌게 보고 여운이 남아있는 콘텐츠에 대해 쓰는 일은 즐거웠다. 다른 어떤 주제도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글 쓰기로 시작하는 아침은, 이렇게 즐겁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많이 있으니 오늘 하루 잘 살아보자고 스스로 다짐하는 의례와도 같았다. 오늘은 그 힘들었던 6시 기상에도 성공해 글을 쓰고 있다. 쓰다 보니 30분의 시간으로는 아침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져 가능하면 일찍 일어나 아침시간을 더 늘려볼 계획이다.
뉴스도, 세상도, 회사도, 모두가 부정적인 말들에 둘러 쌓여있다는 기분이 자주 든다. 휩쓸리고 싶지 않지만 부정적인 기운이 지배하다시피 깔려 있어서 어느 순간 나도 그 말들에 동조하거나 생각이 오염되어 버리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이 따뜻하고 고요하고, 유일하게 온전히 긍정적일 수 있는 아침의 시간을 계속해서 굴려나간다면 이 시간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걸 안다. 내가 아침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