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가을엔 고구마 간식을 챙겨먹기

6년 만의 가을 후쿠오카 여행

by 위다혜

6년 만에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여름 오랜만에 발리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코로나 동안 잠겨있던 해외여행 욕구의 문이 열린 듯했다. 새로운 생각을 하려면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던데. 가장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은 나의 위치값이었다. 그동안 떠났던 국내 여행도 좋았지만, 보이면 바로 어떤 뜻인지 인식되는 모국어와 익숙한 가게들이 즐비한 곳에서의 쉼은 자꾸만 내 일상생활을 떠오르게 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기에 어떤 곳을 찾아가고, 기차를 놓치지 않고, 숙소에 제대로 들어가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낯설기 때문에 오는 긴장과 현재에 대한 집중이 일상을 잊게 만들었다.

6년 전 후쿠오카에 왔을 때는 대학생이었다. 그리고 올 가을 직장인 신분으로 다시 방문했다. 이 두 여행의 목적은 완전히 달랐다. 그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궁금증으로 떠났던 대학생 때와 다르게, 새로운 세계를 통해 일상을 잊고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완화해 보겠다는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젠 내가 정말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후쿠오카는 볼 게 엄청나지는 않은 도시이다. 대신 근교에 한적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온천마을들이 있어 골라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쇼핑을 하기엔 최적화된 도시라 다양한 브랜드를 구경하고, 엔저를 틈타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을 해가기에 좋다. 그리고 일본의 모든 지역이 그렇겠지만, 맛있는 것들이 많다! 잘은 몰라도, 관광품 코너를 보다 보면 후쿠오카는 명란과 유자가 유명한 지역인 듯했다. 식당에 갈 때마다 명란 요리나 유자 고추냉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매번 먹을 때마다 맛이 너무 좋아서 귀국하는 길에 사 오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 요리의 맛은 국내에서 먹은 것과 유사한 맛이었지만, 유자가 섞인 고추냉이는 국내에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 한 맛이라 즐겁게 먹었다. 새로운 음식의 발견은 늘 즐겁다.

모츠나베, 라멘, 야키토리, 우동, 명란밥, 기차 도시락, 모닝빵과 커피 등 맛있는 게 정말 많았던 후쿠오카. 그중 아직도 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은 편의점 고구마 디저트들이었다. 여행 가기 전 일본 사는 친구의 글을 통해 일본이 고구마 시즌이라는 것은 알았는데, 이렇게 모든 편의점이 고구마로 뒤덮여있을 줄은 몰랐다. 일본은 고구마에 진심이었던 것인가. 어딜 가나 고구마를 대표하는 색인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포장된 고구마 간식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기존 간식을 고구마 맛으로 한정판 리뉴얼한 것으로 보였다. 우리나라의 간식판에서는 요즘 트러플맛, 마라맛 등이 메이저로 보이고, 고구마 맛이 자주 보이는 편이 아니라 처음에는 무슨 맛일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고구마 푸딩, 고구마 아이스크림 등을 먹어보니 제철이라 그런 것인지 정말 정말 맛있는 맛이라 고구마 디저트의 매력을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다는 아사히 생맥주 캔도 일본 편의점에는 널려있는 수준이어서 즐겁게 마셨다. 거품이 올라오는 캔맥주라니, 평범한 캔맥주로도 생각의 전환으로 즐거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할 수 있구나 느꼈다. 더불어, 일본의 유명한 술 종류 중 하나인 '고구마 소주'를 시도해 보았는데 기분 탓이겠지만 한국의 일식집에서 먹던 고구마 소주보다 훨씬 맛있었다. 고구마 소주는 제철과 상관없이 항상 유명한 술이지만, 왠지 고구마로 만든 술이라는 점에서 이번 여행을 '고구마테마 여행'으로 만드는 데에 더 일조한 술이었다.

다른 계절의 이 나라는 어떨까? 다른 테마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제철의 무언가로 그 계절을 기념하는 것은 단조로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통해 통으로 묶여있는 일상에 구분점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고구마가 맛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냥 각자 고구마 몇 번 사 먹는 일로 그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변주한 즐거운 이벤트들 덕분에 "가을에는 새로운 고구마 간식을 사 먹어야 해!"라는 미션을 가지게 된다면 일상에 활력이 하나 더 해질 것 같다. 나도 제철음식 챙겨 먹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지만 올여름에는 웬일인지 제대로 못 챙겨 먹은 것 같다. 앞으로 챙겨야 할 '제철할 일 리스트'를 만들어봐야지. 그리고 가을에 고구마 간식 먹기 미션은 꼭 넣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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