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런 집은 안 된다' 리스트
본가를 떠나 첫 독립 후 2년 간의 5평 원룸 생활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이사 갈 집을 구했다. 더 넓고, 더 채광이 좋고, 주변에 편의시설과 체육시설, 천과 도서관도 있는 집을 운 좋게 구하게 되었다. 회사와의 거리는 조금 더 멀어졌지만, 통근시간을 내어주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나쁘지 않은 거래라는 생각이 든다. 작디작은 집에서 지내며 사실은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이 더 많았지만, 지난 2년을 되돌아보니 이 생활을 통해서 얻은 것과 나에 대해 알게되 것이 참 많았다. 나는 남들이 아무리 말해줘도 직접 겪어야만 믿는 사람이라, 원룸 살이를 하며 깨달은 '이런 집은 안 된다'의 기준을 미래의 나를 위해 정리해 본다.
1.나는 생각보다 햇빛이 중요한 사람
햇빛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부동산에서 '동향'이라고 내놓았던 나의 집은 사실 '북동향'이었고, 아침에나 한 조각의 햇빛이 들어올 뿐 대부분의 시간은 어두운 느낌이 강했다. 북동향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조금 좌절했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으니 햇빛은 바깥에서 쬐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채광은 그 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밝고, 바깥 풍경이 쨍하던 본가에서는 늘 그 하늘과 햇살로 위로받곤 했지만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쨍쨍하게 맑은 날에도 우리 집은 어두웠다. 바깥의 날씨와 관계없이 축 처지는 날들이 이전보다 늘어난 이유 중 집이 80% 정도는 차지한다.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인 만큼 내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나처럼 햇빛 쨍한 여름을 좋아하고, 햇빛이 사라지는 계절에는 점점 시들어가는 사람들은 최대한 햇빛이 잘 드는 집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2.집에 들어오는 햇빛이 없다면 햇빛을 쬘 공원, 산책로, 천이라도 있어야 한다.
집에서 햇빛 에너지를 받을 수 없다면, 햇빛을 찾아 나설 마음 편한 산책코스라도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살던 동네에는 공원이라고 하기 힘든 아주 작은 규모의 공원 겸 놀이터밖에 없었다. 천은 걸어서 30분 거리, 괜찮은 산책로는 전무한 동네였다. 오토바이와 차, 술 취한 사람들을 피해야 하는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생각에 잠기며 걸을 길이 없다는 것을 간과했다. 항상 조용한 산책로와 공원이 근처에 있던 곳에 살았던 나에게 그 길의 부재는 꽤나 큰 타격을 가져왔다. 조용한 사색과 산책의 시간은 뻔한 이야기이지만 마음정리와 스트레스 해소, 그리고 신체적인 건강에 생각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다. 식사 후 잠깐 걷는 시간, 머리가 복잡할 때 마냥 걷는 시간들은 나에게 삶을 지키는 필수적인 요소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3.집 주변에 술집, 고깃집 등이 있다면 피하자
검색만 해봐도 나오는 당연한 사실인데 집 구하기 초짜였던 나는 '설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넘긴 부분이다. 내가 이사하던 당시는 한창 코로나라 유행이던 시절이라, 집 근처 술집에 오는 사람이 많아 관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코로나가 독감 정도로 치부되기 시작하면서, 술집에 오는 사람들이 늘었고 그 즈음부터 갑자기 단점이 부각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야밤에 갑자기 싸우는 소리, 깔깔 웃는 소리, 떠드는 소리는 물론이고 고기, 치킨, 담배 등의 냄새가 스믈슬믈 올라와서 자꾸만 창문을 닫게 된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나서면 길엔 수많은 담배꽁초들, 숙취해소병, 유흥업소 전단지 등 전날의 흔적들이 남아있어 아침을 상쾌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4.도서관과 구립체육시설은 가까이, 평지에 있으면 좋다.
이전에 살던 동네에는 가까운 거리에 도서관과 체육시설이 있어서 도보로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했다. 무료로 책을 빌리고 요가, 수영 등의 운동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으니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요소였다. 그런데 지금 사는 동네는 도서관이 산 꼭대기에, 체육시설도 옆 동네의 산 꼭대기에 있어 도보로 가기 조금 곤란한 면이 있다. 독서와 운동이 삶의 필수요소인 사람에게 이 두 가지 시설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있는데 '안' 이용하는 것과, 너무 멀어서 '못' 이용하는 것은 그 서러움의 차이가 크다. 이왕이면 취미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렴하고 퀄리티 좋은 구의 다양한 편의 시설들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쓰다 보니 기록해 둘 내용이 너무 많아서 2편으로 나눠서 써야겠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