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런 집은 안된다 리스트
1편에 이어서, 5평 원룸에서 지내며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써보는'이런 집은 안 된다'리스트!
5.동네에 애착을 가질만한 단골 가게가 있다는 것은 마음을 붙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전 동네에는 집 주변에 아기자기한 가게들부터, 큰 프랜차이즈들까지 내 취향의,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게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나의 니즈는 동네 안에서 모두 해결되었고, 자주 가는 단골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말 오전 아침을 기다리게 하는 빵집, 맛있는 커피 한 잔이 간절할 때 찾게 되는 카페, 휴식이 필요할 때 바로 직행할 수 있는 서점 등 필요할 때 바로 직행할 수 있는 단골 가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동네에는 나 같은 유형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가게들이 많이 없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이 동네의 주 연령층은 아마도 5~60대인듯 보이고, 이러한 인구 구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들을 타깃으로 한 가게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언제가도 보장된 만족감을 주는 가게를 찾는 일은 힘들 때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대피로을 하나 더 만드는 일과 같다. 비슷한 연령대나 비슷한 거주형태의 사람들이 많은, 혹은 자신의 취향과 맞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가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배웠다.
6.내가 필요로 하는 재료를 파는 마트, 상점이 근처에 있는 것은 중요하다.
앞서 말한 5번의 요소와 맞닿아 있는 요소이다. 지금 동네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장 볼 곳은 마트도 아닌 큰 슈퍼이다. 이것저것 새로운 재료를 사서 해 먹는 것을 좋아하고, 제철의 신선한 먹거리를 챙겨 먹고 싶어 하고, 가끔은 외국 식재료를 사서 요리하고 싶은 때도 많은 나에게는 상품의 가짓수가 늘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필요한 재료들은 배송비를 내가며 택배를 시키거나. 지하철을 타고 다른 동네의 마트로 가야 했다.
마트는 생활하면서 가장 자주 방문하게 되는 장소이면서 나를 먹여 살릴 다양한 재료들을 구입하는 곳이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말처럼, 나에게 대접할 요리를 하는 것은 삶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일이며 그 첫 단추는 '장보기'이다.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도록, 나에게 필요한 재료들을 구할 수 있는 마트나 상점, 시장이 가까이에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통 이런 상점들은 그 동네의 니즈를 반영하는 곳인 경우가 많으니, 단순히 집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을 넓혀 동네까지 세심히 잘 살펴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7.회사와의 거리는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무조건 회사와 가까운 게 최고다, 걸어서 회사 가는 게 최고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나는 회사와의 거리가 조금 멀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살면서 깨닫는다. 나는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동 시간에 책을 읽는 편인데,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버리니 오히려 짬 내서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어 아쉬웠다. 더불어, 나는 회사가 보이는 풍경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리프레시가 되는 사람이라, 회사가 있는 동네에서 살았다가는 온통 머릿속이 일로 가득 찰 것 같아 풍경의 전환이 필요한 것도 먼 곳을 택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물론 편도 1시간 30분, 2시간이 될 만큼 먼 거리의 통근은 불가능이다. 그러나 4~50분 남짓의 거리는 나에게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은 부분이어서, 거리가 좀 더 멀어지더라도 좋은 삶의 퀄리티를 가져보자고 기쁘게 다짐했다.
8.집은 크면 클수록 좋다!
이것은 100이면 100 공감할 진리. 집은 크면 클수록 좋다. 보통 한국의 '청년주택'의 크기를 살펴보면 5평 남짓의 크기가 많다. 신혼부부용 주택만 살펴봐도 급격하게 평수가 넓어지고 사람이 살만한 구조가 된다. 그런데 도대체 왜 '혼자'사는 '청년'들에게만 이런 주거형태가 주어지는지, 어떤 기준으로 이 평수로 지어지는 것인지 그 근거가 궁금하다.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오피스텔을 살펴보면, 마치 모종의 합의라도 있었던 것처럼 매우 좁은 평수에 최소한의 가구들(가끔은 침대 혹은 책상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최소한의 주방만 갖춘 건축 구조를 자랑한다. 노인이든, 신혼부부든, 청년이든, 학생이든, 집은 크면 클수록 좋고 사용하고 머무는 공간은 넓을수록 좋다. '크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전세 사기 위험 걱정없이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주거 형태의 선택지가 존재해야 한다. 내가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클수록 내 마음의 여유도 커진다.
2년 동안 이 집과 동네를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와 불만족도 있었지만, 배운 것과 감사한 것들도 많은 시간이었다. 온전한 첫 독립인데 이웃을 잘 만난 덕에 조용하게 머물 수 있었던 것, 불쾌한 일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었던 것, 감기 걸렸다고 하면 히비스커스티를 주시는 단골 카페가 생겼던 것만으로도 초심자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부터 대출까지 혼자 해결하고, 우당탕탕 집과 동네에 익숙해지며 작은 집을 꾸려간 지금의 시간이 있었기에, 이 시간을 도움닫기 삼아 앞으로 나만의 공간을 잘 꾸려갈 수 있을 테다. 앞으로 얼마나 좋은 집에서 살든 늘 기준점이 되어줄 나의 작은 집, 2년 동안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