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놀아본 놈이 공부한다.

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들어 봤니?

by 생각한대로

엉덩이가 들썩들썩...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마음이 급하다. 드디어 한주를 보내고 금요일 저녁. 오늘도 캠핑이다! 먼저 집에 도착한 난 분주하게 유부초밥을 싸서 도시락통에 담는다. 가면서 차에서 먹을 참이다. 어차피 늦어서 휴게소는 못 들른다. 운전하는 남편 졸릴까 싶어 커피도 내려 담고, 미리 장 봐놓은 음식들도 아이스박스에 차곡차곡 꺼내 담는다. 뒤따라 퇴근한 남편은 조그마한 차 트렁크에 짐을 욱여넣느라 분주하다.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 정교하게 계산을 하고 넣지 않으면 suv도 아닌 일반 승용차에 이 많은 짐을 다 넣을 수가 없다. 애들이 앉는 뒷자리 발밑까지 침낭과 아이스박스로 남는 공간 없이 꽉꽉 채우고 아이들은 그 위로 신발을 벗고 폴~짝 점프해 올라탄다.


베개와 인형을 껴안고 영화를 볼 준비를 마치면 드디어 출발! 양양 캠핑장까지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오히려 밤 출발이 편하다. 막히지도 않고 다음날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으니까. 아이들은 영화 한 편을 보다 잠이 들고, 우린 커피를 마시며 한 주간 동안 있었던 회사 얘기로 열을 올리다 보니 어느새 바퀴에 자갈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캠핑장 입구 도착! ‘얘들아! 다 왔다~~‘ 아그들이 벌떡 눈을 뜬다. 언제 잠이라도 잤냐는 듯 눈이 떼굴떼굴 당장이라도 내릴 기세다.


둘째가 태어나 돌도 안 됐을 때부터 캠핑을 시작했다. 캠핑하는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았던 극 초창기 시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한 17년 전쯤이었으니…. 그때 당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둘째를 돗자리에 앉혀놓고 텐트를 쳤었다. 정신없이 텐트를 치다 조용한 게 이상해 돌아보면 뭔가를 오물오물, 으악!~~~~~돌멩이를 사탕처럼 빨고 있었던 꼬맹이 아가씨.. 이젠 이 꼬맹이도 어였한 캠핑 10년 차가 되었다.


저녁 늦게 캠핑 사이트에 도착하면 어둠 속에서 조용히 최소한의 짐만 빠르게 푼다. 그 사이 아이들 둘은 알아서 부엌을 차려 라면을 맛깔나게 끓인다. 캠핑장에서 먹는 라면의 깊은 맛을 아는 아이들이랄까. 라면의 진한 국물이 뱃속으로 뜨끈하게 들어가 줘야 깊은 잠에 들 수 있다. 반드시 도착 후 해줘야 하는 우리 가족의 루틴이다.


깜깜한 밤하늘에 수십 개.. 아니 수만 개.. 수억 개의 별들이 황홀하게 반짝인다. 캠핑 의자에 앉아 시원한 공기를 들이쉬며 라면 한가닥.. 밤하늘의 별 하나.. 뜨끈한 국물 한 모금.. 시원한 바다내음 한숨.. 들이키면, 이 맛에 여기까지 달려오는 거지 싶다. 부스럭부스럭 텐트 안으로 기어 들어가 보송보송한 침낭 속으로 쏙 들어간다. 구수한 불내음이 코끝을 포근하게 감싼다. 처얼썩하는 밤바다의 제법 센 파도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귓가에 와닿는다. 잠이 들 때까지 철썩 ~쏴아~~ 처얼썩~쏴아~~' 양양에 온 걸 환영해~'하며 속삭이는 듯 우리 가족을 꿈나라로 보내준다. '내일 아침엔 애들이랑 바닷가에 가 조개껍데기를 잔뜩 주워야지...' 생각하며 어느새 잠이 든다. 잠들기 전 귓가에 계속 맴돌던 그 파도소리는 지금도 기억하는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의 소리다.



이른 아침 촉촉하고 고요한 캠핑장 또한 힐링의 순간이다. 텐트밖으로 나와 이슬 머금은 텐트를 툭툭 털어내고 해먹에 가만히 누워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다. 씻어온 사과를 껍질채 아삭아삭 먹으면서 해먹 속으로 몸을 더 쑤욱 밀어 넣는다. 옆 텐트에서 달그락달그락 식기 정리하는 소리가 들릴 즈음 캠핑장의 하루가 시작된다. 텐트 지퍼를 쭈욱 올리고 헝클어진 머리로 부스스 눈을 뜨고 나온 아그들은 왜 이리 사랑스러운지.. 부비부비~~~ 꼭 껴안아주니, 세상 제일 바쁘다는 몸짓으로 ’ 엄마! 토끼 밥 주고 올게요~~ 하며 동생 손을 꼭 잡고 가버린다.‘ 몇 번째 오는 이곳은 꽤 넓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 눈에도 훤~~~ 한가보다. 캠핑장에 오면 지들끼리 꼬물꼬물 돌아다니며 뭘 하고 노는지 밥때가 되면 애들 찾느라 바쁘다. 늘 한 손에는 기다란 나뭇가지 하나, 플라스틱통 안에는 어느 날은 물고기가, 어느 날은 솔방울이.. 사방천지에 할 것도 많고 재미난 것들이 널려있는 신비의 세계다.


10년 차 캠퍼답게 아그들은 캠핑장에서의 운치, 감성, 재미를 두루두루 안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노는 법은 제대로 알려준 것 같다. 어느 누구보다 세상이 참 재밌는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는 거. 또한 다시 오지 않을 꼬물이 아그들 시절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들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 한 조각이지 않을까 한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각자 불멍을 한다.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하루종일 물놀이며 자연을 탐험하느라 지친 몸을 캠핑의자에 기댄 채 힘껏 솟아오르는 불꽃을 멍~~~ 한 눈으로 바라본다. 불멍의 맛을 아는 꼬맹이들. 인생의 행복 또한 알 것이라 믿는다.


중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자주 어릴 적 사진들을 보며 행복해한다. 너무나 그리운 순간이고 지금도 달려가고 싶은 순간이지만, 이젠 긴 휴가가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예전처럼 일주일 이상의 긴 여행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은 여전히 여행을 간다. 아이들 시험이 끝난 어느 날 누군가가 "바다 보러 가고 싶다~~~"한마디만 하면 "그래? 가면 되지~. 오늘 밤 갈까?" 하고 바로 출발이다! 무더운 여름이면 바다에 뛰어들어줘야 하고 노랗고 붉게 물든 나뭇잎들이 보이면 가을산을 떠올리는 우리 아이들은 삶을 즐길 줄 아는 아이들이다. 지금은 각자의 꿈을 위해 학원가를 오가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신나게 놀았던 추억이 있기에 밤새 꺼지지 않는 모닥불처럼 타닥타닥 높~이 타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나중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양보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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