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거쳐 두브로브니크를 끝으로 다시 돌아 나오는 길. 아쉬운 마음에 크로아티아 시골 마을에서 1박을 더 보내기로 했다. 가족 모두 크로아티아를 벌써 떠난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기에 크로아티아를 빠져나오는 길목. 꿈속에 나올 것만 같은 한가로운 이 마을에 하룻밤 더 머물다 가기로 했다.
여행을 마친 후, "얘들아, 어디가 가장 좋았어?"라고 물으니 9박 10일 동안 여행하며 둘러본 여러 곳들 중, 어느 곳 보다도 이곳에서의 기억을 손에 꼽았다.
초록초록 잔디가 바로 앞에 넓게 펼쳐 저 있고, 깜깜한 밤 머리 위로 쏟아지듯 빛나던 별들과 은하수는 아이들 마음속에 아주 인상 깊게 남았다.
마치 여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게 아닌, 우리의 삶에서 잠시 쉼표를 찍은 그런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적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는 뻔질나게 캠핑을 다녔던 때가 있었다. 치악산 계곡으로, 양양 바닷가로 늘 금요일 밤늦게 도착해 깜깜함 속에서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웠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낡은 캠핑장비들을 다 처분하고, 간혹 시간이 나면 글램핑을 가곤 했었는데, 오랜만에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우리 가족에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다.
이른 아침 눈을 떠 마을도 둘러볼 겸, 갓 구운 빵과 요구르트, 간단한 과일 등을 사러 마트를 들렀다. 책가방을 멘 소녀들이 한 손엔 빵을 들고 먹으며 지나가고, 다른 길목에선 흐트러진 머리의 소년들이 텀블러를 들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광장 같은 곳을 바삐 지나쳐갔다. 아침 7시밖에 안 된 시간인데, 무척 빠르게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싶었다.
우린 이 순간만이라도 고요한 이 마을의 주민인 것처럼.. 청량한 아침 공기를 마음껏 들이쉬며 오솔길을 걸었다.
마트에서 갓 구운 크루아상과 브레첼 몇 개, 요구르트와 애플망고를 손에 집었다. 한국에서 요새 너무 비싼 토마토도 잔뜩 바구니에 담고 말이다.
숙소로 돌아와 휴식 같은 아침을 여유 있게 보내고 우리의 쉼을 정리했다.
쉼표는 단순히 '멈춤'이 아니다. 아이들 또한 아직 짧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만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지금까지의 삶을 뒤돌아보는 건 아이들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사함으로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 되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