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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지산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의 일몰

by 생각한대로

밤은 흐르는 시간을 잊게 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온전히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도시의 숨결이 잠시 멈추고,
어두운 밤, 하나둘 켜지는 노란 불빛들이
가슴을 어루만진다.


낮 동안 느낄 수 없던 고요함 속에서,
소음과 혼잡함은 사라지고,
불빛의 따스함이 마음을 깊이 감싸 안으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시계를 잠시 멈추고

나를 마주하게 된다.


구시가지의 성벽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두브로브니크 스르지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주인공은 어린 시절 먹었던 마들렌을 커서 우연히 맛보게 되고 그 순간 어릴 때의 기억들이 한순간 되살아나는 경험을 한다.

그 맛이 자신의 유년기로 돌아가는 문을 열어주게 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그 속에 숨겨졌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 것이다.


"그때 나는 마들렌을 한 조각 입에 넣자, 갑자기, 한 순간, 그전에 내가 살던 마을에 있는 집 안에서, 어머니가 저녁에 나를 위해서 차려놓은 마들렌을 먹던 순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맛은 단지 과거의 한 순간이 아니라,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과 그 당시의 시간, 장소, 사람들까지 함께 떠오르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을 더듬어가며 내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맛의 기억이 아니었고, 오랜 시간 동안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거의 잊혔던 과거의 느낌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두르보르니크 스르지산에서의 경험도 그러했다.

우리는 산 중턱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하늘이 점점 깊어지고, 붉게 퍼지며 미세하게 변화하는 보랏빛 하늘의 빛깔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찰나의 순간을 놓칠까 조용히 숨을 고르고, 각자의 속도로 그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그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마치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보랏빛 하늘은 점점 노랗고 붉게 변해갔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를 건드린 듯했다. 소중한 가족들이 곁에 있고, 함께 맞잡은 손이 따스했다.


그것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훗날 아이들에게도 잠자고 있던 기억을 깨우는 의미있는 열쇠가 될 것임을 알았다.

하늘이 변해가는 짧은 순간, 산에서 본 그 풍경은 단순한 자연의 경이로움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게 해주는 하나의 신호처럼 다가왔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이들은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볼 때면 스르지산에서 바라보았던 이 순간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감정이, 그때의 기억이, 함께했던 가족의 사랑이 떠오르겠지. 훗날 세월이 지나도 아이들 마음속에 생생하게 기억되길 기도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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