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쪽으로 파랗게 펼쳐진 해변이 보였다. 몇 개단을 서둘러 내려가니 주황색 지붕의 집들이 병풍처럼 펼쳐지면서 작은 해변을 포옥 감싸고 있었다. '우와~~~' 고대 도심을 지나 펼쳐지는 아드리아해는 색다른 매력이었다. 생각보다 해변의 길이가 짧아 당황스럽긴 했지만, 아담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동해나 제주 바다와는 확연히 다른 특별한 매력이 분명 있었다.
"아야 아야~" 우리는 두 발을 우스꽝스럽게 디디며 물속으로 걸어갔다. 반예비치의 해변은 상상했던 하얗고 고운 모래 대신, 동지팥죽의 새알 같은 자갈이 쭈욱 깔려 있었다. "엄마, 이것 봐요. 진짜 반들반들해요." "우와.. 이거 팥죽에 들어있는 새알 같아요!" 정말 신기했다. 색깔도 어찌나 예쁘고 고운지 예전 남해 땅끝마을을 여행하며 몽돌해변에서 동글동글한 자갈해변을 보긴 했지만, 이런 자그마하면서도 고운 빛깔의 돌들은 아니었다. 겅중겅중 걷는 건 우리 가족뿐인 건지 발바닥을 디딜 때마다 지압되는 느낌이 꽤나 아팠는데, 다른 이들은 굉장히 평온해 보였다. 우스꽝스럽게 뛰어가는 서로의 모습에 깔깔깔 웃으며 또 한 번의 이색적인 경험에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