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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한대로 Dec 11. 2024

황금의 도시, 두브로브니크 성벽과 구시가지


말로만 듣던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플리트비체의 감동을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은 채, 우리는 서둘러 두브로브니크를 향해 달렸다. 장장 5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또 깜깜해지기 전에 부랴부랴 달려야 했기에, 크로아티아를 내려가며 지나치는 자다르와 스플리트는 올라오는 길에 들리기로 했다.


밤늦은 시간 두브로브니크 숙소에 도착.

두브로브니크의 주황색 지붕들 속 불빛들이 테라스 아래로 내려다 보였다. 다행히 숙소에 주차장이 포함되어 있었고, 차에서 짐을 꺼내 좁은 골목 계단을 따라 옮기기도 그리 멀지 않았다. 바깥 테라스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의 야경은 이미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기에 충분했다.


새벽녘 걷는 골목길의 아름다움

여행에서 특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바로 골목길이다. 동이 트기 전, 어스름하고 아무도 없는 고요한 좁은 골목을 따라 걷고 있자면, 발끝으로 돌담의 차가운 질감과, 팔에 와닿을 듯 지나치는 벽에서 풍겨오는 오래된 시간의 냄새까지. 그 모든 것이 꿈처럼 선명하게 내 마음속에 각인된다.


새벽녘, 아직 세상이 잠든 시간. 남편과 나는 일찍 눈을 떠 산책을 나갔다. 여행에서의 이른 아침 산책은 습관 같은 것이다. 아직 잠이 덜 깬 동네를 거니는 건 소소한 행복이다. 갓 구운 빵도 사 올 겸 그날 우리는 동네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의 따스한 불빛이 어스름한 골목길을 감싸며, 고요한 아침을 품고 있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도시의 숨결을 맡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 숨을 깊게 들이키며 두브로브니크의 아침을 느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듯, 지나가는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조차,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황금의 도시, 두브로브니크의 성벽과 구시가지

두브로브니크 성벽은 아침 일찍 올라가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뚫려 있어 그늘진 곳 하나 없으니 햇살이 너무 뜨겁지 않을 때 가라는 얘기다. 아침을 먹고 우린 티켓을 끊어 좁은 성벽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몇 걸을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와~'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록 벌써부터 풍경이 멋졌다. 하지만, 두브로브니크의 매력은 단순히 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대 성벽과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각각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이었다. 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멈추어 서는 순간순간마다 아름다웠고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린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성벽에 비친 금빛 햇살이 뜨겁기도 했지만, 건물과 바다를 물들이는 반짝이는 찰나가, 왜  "황금의 도시"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두브로브니크는 구시가지와 고대 성벽, 그리고 바르초 성당, 시청, 프란체스코 수도원 등 많은 건축물들이 불과 그리 오래되지 않은 1991년, 유고슬라비아 전쟁 때 심각한 피해를 입었던 역사가 있다. 그 피해로 이 아름다운 문화 유산들을 잃을 뻔했지만, 시민들과 전 세계의 도움으로 1995년부터 복구 작업이 시작되어 2005년에는 주요 복구가 완료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더욱 아름답고 강인한 모습으로 다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니 두브로브니크의 문화유산을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중세의 건축물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도시, 고풍스러운 골목길과 거대한 성벽, 그 모든 풍경을 아름답게 비추는 아드리아해의 푸른 물결이 만나 만들어내는 그 조화는 그 자체로 큰 감동이었다.


특히 두브로브니크의 밤은 노란 불빛들이 도시 구석구석을 감싸 견고한 돌벽과 고대 건축물의 자태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는 것 같았다.

골목길 레스토랑에 앉아 칵테일 한잔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가족들과 여유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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