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어색해진 친구와 계속 친구일 수 있을까

멀어진 관계에서 우정은 여전히 지속 가능한가?

by 김형건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냥 멀어졌다. 서로 바빠서, 연락이 뜸해져서, 뭔가 조금씩 어긋났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아서.


그러다 보니 그 친구의 이름이 휴대폰 연락처 맨 아래로 밀려 있고, 생일을 챙기던 손끝이 이제는 인스타 스토리 하나에 이모지 하나로 대체되어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말 걸기조차 조금 어색할 뿐이다.




우정은 언제 식는 걸까

사랑은 끝났다고 말할 수 있다. 싸우거나, 헤어지거나, 명확한 사건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정은 다르다.


우정의 끝은 조용히 찾아온다. 연락이 줄고, 대화가 끊기고, 한참 만에 만났을 때, “우리 왜 이렇게 오래 못 봤지?”라는 말이 어색하게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 질문 뒤에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숨어 있다.


어색함은 관계의 끝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다

어색함은 불편한 감정이지만, 사실 그것은 단절이 아니다. 오히려 관계가 남아있다는 증거다. 완전히 끊어진 사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과의 어색함조차 느끼지 못한다.


어색하다는 것은, 여전히 그 사람과의 감정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자. 예전만큼 자주 연락하지 못한다고, 그 사람이 나를 잊었을까봐 걱정된다고.


우정은 늘 똑같은 온도를 유지하지 않는다. 감정의 흐름은 계절을 닮았고, 어색함은 때로 관계를 다시 만지기 위한 사전 조건이기도 하다.


우정에도 적정 거리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가까워야만 진짜 친구라고 생각한다. 늘 연락하고, 만나고, 함께 있어야만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가까움은 때때로 피로를 낳고, 침묵은 오히려 관계를 보호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자주’가 아니라 ‘서로에게 여전히 안전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다.


그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했을 때 내가 마음을 열 수 있다면, 그리고 나도 그에게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친구다. 단지 그 사이를 좀 쉬었을 뿐이다.


‘잘 지내?’라는 말이 가장 어려운 이유

“잘 지내?”

이 짧은 인사가 때로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말은 단지 안부 이상의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친구인가?”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너는 나를 불편해하지 않니?”


그래서 우리는 차라리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침묵은 안전하다.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지 않아도 되니까. 거절당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침묵은, 시간이 흐를수록 관계를 낯설게 만든다.


관계는 기억으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그 친구랑 진짜 많이 웃었었는데.”

“나 진짜 힘들 때 걔가 옆에 있어줬었지.”

“우린 진짜 잘 통했었는데…”


기억은 따뜻하다. 그러나 관계는 기억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관계는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감정으로 유지된다. 지금 내가 그 사람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걸고 싶은 마음, 그게 관계의 생명력이다.


그 기억이 소중하다면, 지금 한 걸음 다가가는 것도 그 기억을 지키는 방식이다.


우정은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감정이다

사랑은 타이밍을 많이 타지만, 우정은 비교적 넓은 관용을 가진다. 우리는 가끔 몇 년 만에 연락해도, 그 사람이 여전히 편안한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건 욕심일까? 아니면, 우정이 원래 그런 감정이기 때문일까?


우정이란, ‘서로의 삶에서 잠시 빠져 있어도 괜찮다’고 믿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리고 그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어색해진 친구에게 말을 걸어도 될까

물론 망설여진다. 혹시 불편할까봐, 내가 너무 뜬금없게 느껴질까봐, 그동안 연락 안 했던 시간이 쌓여서 괜히 스스로 작아져버린 기분.


그런데 어쩌면 그 친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먼저 연락하면 이상할까?”

“지금이라도 말 걸어도 될까?”

“우린, 아직 친구일까?”


그 질문은 혼자 품고 있으면 점점 커진다. 그러니 용기 내어, 그 친구의 안부에 작은 문장을 붙여보자.


“잘 지내지? 갑자기 네 생각나서.”


이 한 문장이, 우리를 다시 연결할 수 있다.




어색함은 지나가고, 우정은 남는다

인간관계는 늘 같지 않다. 가까워졌다 멀어지고, 붙었다 떨어지고, 뜨거웠다가 식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의 밀도는 달라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 여전히 있다면, 우정은 끝나지 않는다.


어색함은 지나간다. 다시 웃을 수 있다. 다시 만날 수 있다.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다. 우정은 그렇게, 멀어졌다가도 다시 닿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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