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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건 Nov 11. 2024

#9_긴긴밤

블루파프리카

긴긴밤 中

-블루파프리카-


홀로 남겨질 그대에게
나의 마음을 보내요

괜찮아 돌아올 게 

빛나던 너와의 날들을 잊지 못해

약속해 다시 올 게 

그때는 영원을 약속할 게


다시 또 긴긴밤이 지나면 

우린 돌아갈 수 없겠지

이렇게 긴긴 하늘 지나면 

서로 다른 꿈을 꾸겠지

안녕




만남은 우연이지만, 헤어짐은 필연입니다. 사랑에 빠진 우리는 영원이라는 신기루를 쫓듯, 끝이 없을 것을 꿈꿉니다. 그러나 그 꿈이 실현될 수 없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죠.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지만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안개처럼 흐릿한 환상일 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영원을 입술로나마 기원하며, 서로의 존재를 간직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이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다가옵니다. 모순적이게도, 진정한 영원은 이별의 순간에야 비로소 실현되는지도 모릅니다. 함께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이별조차 영원의 의미 안에 녹아드는 것이니까요.


이별의 순간은 마치 긴 밤과 같습니다. 어두운 밤이 길어질수록 영원히 새벽이 오지 않을 것 같고, 시간마저 멈춰버린 듯한 정적이 온 세상을 덮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밤도 언젠가는 끝이 나고, 그 끝자락에는 희미하게나마 빛이 스며들어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 빛은 낯선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고, 과거의 기억들은 그저 희미한 그림자처럼 남을 뿐이죠. 그래서 이별의 밤은 두렵고도 찬란합니다. 그것은 끝없는 터널처럼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 끝에 다다르면 각자가 예전과는 전혀 다른 길로 걸어가게 될 테니까요.


우리는 이별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복잡한 감정 속에 잠겨 있습니다. 이 마음은 그 자체로 인간의 모순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마음에 새기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섭니다. 마치 발자국 하나하나에 추억의 파편을 남겨두듯이, 길 끝에 다다를 때까지 각자의 흔적을 남깁니다. 그 흔적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우리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약속이자, 연결 고리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을 테지만, 그 길 위에서 우리가 지나온 흔적들은 서로를 향한 영원한 약속이 될 것입니다. 다시는 교차할 수 없는 길이기에, 우리는 이별을 통해서만 영원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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