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건 Nov 13. 2024

#11_눈

뜨겁고 거친 여름 바람 속

눈꽃의 부드러운 숨결을 그리며

설레는 마음에 기대어 앉는다


하얀 눈을 마음속에 그리며

첫 만남의 두근거림이

가슴에 새겨진다


여름이 노을로 물드는 경계에서

내 마음은 씨앗을 뿌리고

가을의 문턱에서 꿈을 엮기 시작한다


눈꽃이 무성히 피어날

그 계절을 기다리며




저는 사계절 중에서도 겨울을 가장 좋아합니다. 여름은 눈부신 햇빛과 거친 바람으로 다가오는 반면, 겨울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고요함과 포근함을 함께 품고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외출을 선호하지 않는 저에게 겨울은 반강제적으로 집 안에 오래 머물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겨울의 특별한 매력은 역시 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얀 눈이 천천히 내릴 때면, 세상의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거리와 나무, 집들이 눈으로 덮여 갈수록 모든 것이 잠잠해지고 여유로워지며, 그 속에서 저는 겨울의 진정한 평온함을 느낍니다. 눈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그 속에는 은근한 따스함과 온기가 흐릅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내리는 눈은 마치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을 주며, 그 순간이 가져다주는 고요함은 저를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합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도, 저는 여전히 겨울의 눈을 그리워합니다. 여름 내내 마음 한구석에는 첫눈이 내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설렘이 남아 있죠. 눈이 부드럽게 내리는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저는 차분하게 마음의 씨앗을 뿌리며 기다립니다. 그 설렘은 마치 첫 만남을 앞두고 느끼는 두근거림과도 같아서, 겨울이 오기까지의 시간 동안 저는 그 소박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첫눈이 내리는 그 순간을 맞이할 소박한 기대와 함께 저는 또 하나의 겨울을 보내고자 합니다.


윤태건 올림

작가의 이전글 #10_내비게이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