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으며
편의점의 따스한 불빛 속으로 들어섰다
맥주 판매대로 향하던 중
그 옆에 눈길을 끄는 삼각김밥
어렴풋이 그립다
바쁜 아침의 대안, 눈물겨운 밤의 위안
허기짐을 달래주던 작은 행복, 술 한잔 후의 응급 처방
이제는 그 자리를 다른 이들이 차지했고
나는 더 이상 삼각김밥을 찾지 않는다
문득 자신을 돌아보니 나 역시 그것과 같은가
한때는 너무 소중했건만
이제 수많은 인연은 시간 속에 흩어져간다
괜스레 우울해져
빈손으로 편의점을 나왔다
퇴근길의 피로함 속에서 편의점 불빛은 언제나 익숙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맥주 한 캔을 사기 위해 걷던 길, 시선은 삼각김밥 진열대에서 멈췄습니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마음을 끌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삼각김밥은 나날의 공허함을 채워주던 조용한 친구 같았습니다. 허기진 새벽, 술자리 후의 텅 빈 배를 달래주던 그 삼각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짧은 위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대신할 것들이 넘쳐납니다. 그 시절의 삼각김밥은 이제 더 이상 제게 의미 있는 선택이 아닙니다. 그 진열대에서 느꼈던 낯선 감정은 아마도 제가 무심코 흘려보낸 시간과 과거를 돌아보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삼각김밥을 보며 불현듯 제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한때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였던 제가 이제는 잊혀지고, 선택받지 못하는 삼각김밥처럼 느껴졌습니다. 시간 속에서 관계와 인연은 흐려지고, 그 소중함은 일상이 되며 무뎌져 갔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과거의 추억과 사라져간 순간에 대한 아쉬움뿐입니다. 누군가를 먼저 떠올리고 다가가던 그 시간들은 어느새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고, 그 빈 공간이 오늘 저를 삼각김밥 앞에 서 있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편의점에서 빈손으로 나오는 길은 유독 쓸쓸했습니다. 삼각김밥 하나조차 살 수 없는 이 낯설고 우울한 감정이 왜 그렇게 깊게 스며드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사람도, 물건도, 순간도 결국 잊혀지고 교체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보았지만, 그날따라 그 이치는 저를 위로해 주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토록 많은 것을 지나치게 흘려보내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 맴도는 건 여전히 그 삼각김밥과 지나쳐 간 시간들이었습니다. 따뜻했던 순간들이 이제는 낡고 희미한 그림처럼 남아 있는 오늘 밤, 저는 그렇게 우울한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습니다.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