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_연애편지

by 김형건

지난 연애편지를 읽으며

가슴 속 움킨 상처를 보았다


과분했던 사랑의 무게

미숙이란 말로 차마 담아낼 수 없는 상처


여인의 사랑, 꿈꾸었던 미래

잊힌 사랑, 먼지 쌓인 추억의 파편

아련한 사랑, 저물어 가는 향기


부서진 그 조각들이

나를 죄스럽게 만들며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지나간다


이제 울컥거리는 감정은

가을 단풍의 선율로 변하리

시간의 강을 건너 다시 사랑을 노래할 테지




우리는 종종 사랑이 남긴 흔적을 뒤늦게 발견합니다. 그 흔적은 사소한 물건일 수도, 혹은 오래된 기억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감정일 수도 있죠. 저에게 그것은 연애편지였습니다. 먼지 쌓인 오래된 상자 속에서 발견한 편지는, 마치 과거의 시간이 멈춰 있던 조각처럼 저를 한순간에 과거로 데려갔습니다.


편지를 펼칠 때마다 과분했던 사랑의 무게와, 그 무게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했던 제 미숙함이 떠올랐습니다. 읽는 동안에는 사랑의 따스함보다 죄책감이 더 크게 밀려왔습니다.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왜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했을까?'라는 질문들이 저를 잠식했습니다. 편지를 읽으며 깨달은 것은 제가 여전히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여전히 서툴렀고, 상대를 배려한다고 했지만, 결국 제 욕심과 불완전함이 더 컸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편지를 정리하려다 망설였습니다. 그 흔적을 버리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저의 한 시절, 사랑했던 시간, 그리고 배우지 못했던 후회를 함께 놓아주는 일이었습니다. 미안함과 아쉬움,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애틋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 속에서 결국 편지를 접어 다시 상자에 넣었습니다.


사랑은 매번 새로워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의 성숙함과 미숙함을 투영하는 거울 같습니다. 지나간 사랑이 남긴 흔적은 때로는 아프지만, 그 상처가 있었기에 우리는 조금씩 성장합니다. 이제는 다시 사랑할 준비를 하며 다짐합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성숙하고, 조금 더 배려할 수 있기를. 비록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기를.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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