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의 어스름한 불빛 아래
오래전, 좋아했던 친구와 재회했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는 중
'아, 나도 그때 너 좋아했었는데’
이미 흘러간 시간 속
장난 같은 회한
어색한 침묵 속
단순한 감정의 잔영을 넘어선
연착된 사랑에 대한 고뇌
시간은 흐르고
이야기는 사라지고
어제와 오늘이 조용히 녹아든다
세월이 흐르면, 동창회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변해버린 얼굴들과 세월의 흔적을 바라보며, 과거의 그림자를 더듬는 시간이죠. 웃음과 술잔이 오가는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기억 속에서 빠져나온 조각들을 하나둘 이어붙입니다. 그렇게 어두워지는 밤, 삼삼오오로 나뉜 대화 속에서 과거의 감정들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예전에 좋아했던 그녀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나름의 용기를 내어 고백도 했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 실패조차도 시간이 흐르며 희미해졌고, 이제는 첫사랑의 아련함과 그리움 정도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창회에서 그녀가 '아, 나도 너 좋아했었는데’라는 뜻밖의 말을 건넸습니다. 순간, 시간은 멈추고 머릿속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 한마디는 마치 오래된 메아리가 뒤늦게 되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너무도 공허했던 고백이 이제야 응답을 받은 셈입니다. 하지만 늦었습니다. 이미 모든 것이 지나가 버린 뒤였으니까요. 고마움과 안도감이 섞인 감정 뒤로, '왜 이제야, 왜 이 순간에'라는 복잡한 생각이 따라왔습니다.
연착된 사랑이란 참 묘한 것입니다. 그때는 다가가지 못하고, 이제야 늦은 깨달음과 함께 마주하게 되는 마음. 지나간 감정이 돌아온다 한들, 이미 흐른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기에 더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늦은 응답은 어쩌면 제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은 단순히 지나간 사랑을 반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 삶의 한 조각을 다시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은 그 밤, 동창회에서 느낀 감정의 여운과 그 너머의 고뇌를 담아냈습니다. 비록 모든 사랑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연착된 사랑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제 삶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미 흘러간 과거를 붙잡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연착된 감정은 결국 도착했고, 다음 사랑의 여정을 위한 하나의 준비 과정이었으니까요.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