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_오늘도 무사히

장기하와 얼굴들

by 김형건

빛바랜 위로는

내 입술의 가장자리에 걸린

반쯤 진실, 반쯤 거짓으로 짜인 미소


흐린 하늘 아래

너의 붉어진 두 볼을 쓰다듬지만

결국 나는, 그저 좋은 사람 행세를 한다


또다시 진실의 밤이 찾아오면

나는 네 생각을 뒤로한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오늘도 무사히




사랑은 때로 우리의 본질을 시험하는 무대와 같습니다. 그 위에서 우리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왜곡해서라도 관계를 이어가려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언제나 순탄하거나 정직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은 익숙함으로 변하고, 익숙함은 안도감과 동시에 불안감을 안겨줍니다. 초반의 설렘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서로를 위해 내뱉는 반쯤 진실, 반쯤 거짓말입니다. 그것은 상대를 위로하려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속여가며 '우리는 여전히 괜찮다'고 믿으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흐린 날씨 아래 붉어진 상대의 두 볼을 바라보며, 우리는 애정을 가장합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것이 단지 좋은 사람 행세라는 것을 압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을 속이고, 상대를 속이며, 그날을 무사히 넘기는 데 만족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이 글은 단순히 사랑의 위선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결코 완벽할 수 없으며, 감정은 늘 순수하지 않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기 위한 묵상입니다. 사랑을 지켜내려는 몸부림은 때로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무사함'이 정말로 사랑을 지키는 길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입니다.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단지 허울뿐이라면, 우리는 결국 그 무게에 짓눌려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의 숨결이 내일의 위안이 되기 위해서는, 더 큰 용기와 진실이 필요할 것입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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