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_오후 세 시

by 김형건

그런 날이 있다

현실과는 한 발짝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


그런 날이 있다

뭐 하나 손에 잡히지 않고

생각이 정처 없이 유영하는


그런 날이 있다

마음 한편이 허전한데

어찌할 줄 모르겠는


그런 사람이 있다

이런 날 잡아주는


아, 그래

널 보고 싶었구나




평일 오후 세 시, 그 시간은 늘 애매합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슬슬 열심히 일을 시작했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머릿속은 흐릿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집니다. 퇴근 전 마지막 스퍼트를 낼 다섯 시와 달리, 이 오후 세 시는 마음과 몸이 어디론가 떠다니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나른함과 공허함이 뒤섞인 그 순간, 저는 종종 멍하니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그럴 때면 어딘가로부터의 위안이 필요합니다. 일도, 휴식도 아닌 어딘가의 무언가가 그 공백을 채워주길 바라며 휴대폰을 들어 연락처를 뒤적거리곤 합니다. '잘 지내?'라는 형식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응, 너는?'이라는 뻔한 답을 받으면서 마음은 여전히 허공에 떠 있는 느낌입니다. 사람과의 대화조차 이 시간의 공허를 완전히 메우진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을 때, 그 감정은 달라졌습니다. 비어 있던 마음이 그녀의 한 마디로 가득 채워지는 순간을 경험하곤 합니다. '오늘 어디 갈까?' 같은 간단한 물음조차도 저를 현실로 단단히 붙잡아 주는 힘이 됩니다. 그녀와의 대화는 오후 세 시의 떠다니던 감정을 하나의 닻으로 고정시킵니다. 그 순간, 나른했던 오후의 나 자신은 더 이상 어딘가에 유영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오후 세 시의 애매함을 넘어, 사람과의 연결이 가져다주는 위안에 대해 적어본 것입니다. 누구나 그 시간을 채워줄 닻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 닻을 그녀에게서 찾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닻이 있기를 바랍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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