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와인
사랑의 깊은 색을 닮은 적색의 호수
겹겹이 쌓인 추억들은
아름답지만, 얽히고설킨 실타래
한 모금
은은한 비처럼 내 세상을 적신다
무심한 시선 사이로 스며드는 향기
닿을 수 없는 마음의 거리
가깝지만 먼, 그 아스라한 풍경
한마디의 말과 한 번의 스침으로는
그 특별한 감정을 전하기엔 부족한 채
숨겨진 사랑의 씨앗은
한 잔의 와인으로만 발현된다
부딪히는 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말하지 못한 그리움의 바다가 되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슬픔은 묻혀간다
한 잔의 와인 속에는 사랑의 깊은 색과 향이 스며 있습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와인도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습니다. 한 모금을 마시면 은은한 향이 감각을 적시고, 그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와인을 마시며 떠올린 사랑은 겹겹이 얽힌 실타래와도 같습니다. 아름답지만 복잡하고, 단순히 풀어내기엔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와인은 그리움과 슬픔을 녹여내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사랑을 전하기에 부족했던 말과 스침 대신, 와인 잔 속의 빛나는 액체가 서로의 마음을 대신합니다. 잔을 부딪히는 순간, 그 특별한 감정이 말없이 교환됩니다. 가까이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감, 가슴 속에 숨겨진 사랑의 씨앗이 와인을 통해 발현되는 순간은 강렬하면서도 아련합니다.
이 글은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와인 잔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말하지 못한 마음은 와인 잔의 흔적처럼 흐릿하게 남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그 순간의 무게는 가슴 속 어딘가에 남아있습니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때조차도 아름다운 면을 품고 있습니다. 와인의 잔잔한 여운처럼, 그 사랑 역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특별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 잔의 와인이 주는 따뜻함 속에서,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아봅니다.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