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_책방

by 김형건

처음 보는 책방이 보인다

제법 멋이 나는 것 같아 조심히 들어선다

손님은 나 혼자, 아담한 규모다


한참을 고민하다 한 권의 책을 꺼내 든다

표지엔 한 쌍의 남녀가 수줍게 손잡고 있다


내용은 아직 1페이지밖에 없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사랑이 쓰일 것을


바깥세상의 불빛은 하나둘 꺼져가지만

이곳은 아직, 그리고 계속해서 은은하게 빛날 것이다




책방을 방문하는 것은 언제나 작은 여행과도 같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조용한 공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책 특유의 냄새, 그리고 규칙 없이 자유롭게 배치된 책들이 주는 따뜻한 분위기. 저는 종종 목적 없이 책방을 찾습니다. 무엇을 읽을지 정해두지 않은 채, 그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로 얽혀 있는 곳입니다. 서가 사이를 거닐다 보면, 어떤 책은 나를 지나치고 어떤 책은 내 손을 붙잡습니다. 때로는 표지만 보고 손에 쥐기도 하고, 우연히 펼친 한 문장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골라들면, 그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어쩌면 하나의 인연이 됩니다.


사랑의 시작도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는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고, 조심스레 다가가며, 서서히 그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 나갑니다. 처음에는 표지를 보고 호기심을 가지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입니다. 상대를 알아가고, 함께 시간을 쌓아 가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조심스레 넘겨 나갑니다.


이 시에서 책방은 사랑이 시작되는 공간이자, 두 사람의 이야기가 기록될 장소로 등장합니다. 새 책을 펼칠 때의 설렘처럼, 사랑도 그렇게 시작됩니다. 어떤 이야기가 쓰일지 알 수 없는 채로, 하지만 분명히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바깥세상의 불빛이 하나둘 꺼져가도, 사랑이 머무는 공간은 은은한 빛을 간직합니다. 책방이 주는 아늑함처럼, 사랑도 그러한 온기를 품고 있기를 바라며.


책방을 방문할 때마다 저는 궁금해집니다. 나의 책장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쌓여 있을까, 그리고 누군가가 이곳에 들어와 함께 읽어 줄까. 책을 추천하는 기쁨, 함께 책장을 넘기는 설렘, 그리고 아직 채워지지 않은 빈 페이지들. 사랑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여러분의 책방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나요?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어떤 사랑을 꿈꾸고 계신가요?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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