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_출퇴근

by 김형건

매일 아침, 태양과 함께 일어나

영웅의 망토를 두르는 우리


원대한 꿈을 품고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러나 저녁노을과 함께

영웅의 망토는 조용히 사라지고


패배의 그림자가 속삭이며 다가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아침의 위풍당당함은 어디로 갔는가

저녁의 침묵 속에 잠겨버린 걸까


이 모든 것은 단 9시간의 서사

매일 쓰고 지워지는 영웅의 시




아침에 하루를 계획할 때면 마치 완벽한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 같습니다. 출근 전, 우리는 자신만만합니다. 퇴근 후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새로운 취미를 배우거나 사회적 모임에 나가겠다고 다짐합니다. 할 일 목록이 빼곡한 스케줄을 보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조금 우쭐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퇴근길에 피로가 밀려오면 아침의 계획들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운동 대신 배달 앱을 켜고, 자기 계발 대신 소파에 몸을 던집니다. 씻는 것조차 버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그 순간만큼은 개운하지만, 곧바로 침대에 누워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을 보며 오늘 할 일 중 몇 개를 삭제할지 고민하죠. 그렇게 미뤄진 계획들은 언제나 ‘내일의 나’에게로 넘어갑니다.


이 시는 아침의 다짐과 퇴근 후 현실 사이의 괴리를 담고자 했습니다. 아침마다 자신을 다잡으며 출근하는 우리는 어쩌면 ‘일상의 영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피로와 타협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모습에 가깝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실패한 걸까요?


아니요. 비록 매일의 계획이 흐트러지고 하루가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내일을 살아갈 것입니다. 영웅의 망토가 매일 저녁 사라져도 우리는 다시 태양과 함께 일어나 또 한 번의 서사를 시작할 것입니다. 이 시가 그런 우리의 반복된 하루에 조금이나마 공감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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