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어요.
이름들이 가려졌어요. 잊지 말아야 하기에 기억해야 하는 156명의 이름, 그들의 이야기들이 사라졌어요.
지워졌어요.
세상은 비겁하게 더러운 붓질로 슬픔을 덕지덕지 덧칠해 지워가며, 2022년 10월 29일 그 밤의 156가지 이야기들을 지우고 있네요.
흐릿해지네요.
시리도록 슬픈 희생을 어루만질 수 있는, 모두를 휘감고 흔들던 애도의 그림자가 흐릿해지고 있네요.
돌아가네요.
우리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 같았던 그 밤의 일들이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네요. 그 밤의 기록들이 생생하지만, 악몽일 뿐이라고 하네요.
구역질 나도록 더러운 싸움들, 이를 중계하는 언론. 그 속에서도 치열하게 기억하고 애도하려는 우리들이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부탁합니다.
제발, 감히, 그 어떤 것으로도 그날의 슬픈 이야기들을 가리지 마세요.
제발, 감히, 그날의 이태원을 가리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