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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토일 Mar 07. 2022

왜요는 일본노래고.

오사카에 가서 카드결제가 안돼 오사카성을 못 본 날. 그날은 비가 왔다. 


나는 atm기를 찾아서 내가 내렸던 모리노미야 역전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세븐일레븐이 보였지만 거기에서는 카드로 인출이 안됐다. 결국 은행지점이 있는 곳을 안내 받고 구글맵을 켜고 찾다가 반포기 상태로 오사카성 앞마당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숙소가 있는 도톤보리로 돌아왔었다.      


나는 일주일 정도 일본 여행중이었고 오사카성을 갔을때가 3일째였던 것 같다. 일본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신용카드였다. 나는 거의 현금 없이 사는 사람이었고, 여행을 할 때도 환전을 해놓지 않아서 일본 여행 후반부에는 환전을 두어번 더 했다. 


우리나라는 유적지나 관광지에서 700원 하는 매표를 할 때도 카드를 낸 적도 많아서 나는 당연히 카드 결제가 될 줄 알고 오사카성에 갔었다. 그날은 하필 비도 내려서 눅눅한 우비를 입은 체로 거리를 걸어 열차를 탔었다.      


첫 해외여행이었고 혼자였다. 나는 그날 글리코 러너가 두 팔 벌려 반기는 도톤보리로 돌아오며 일본 여행을 온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이것도 다 경험이라며 포장하기는 했지만.      


도톤보리는 밤이 되면 활기가 넘친다. 신사이바시는 세련된 도시 이미지라면 에비스바시라는 다리를 건너 도톤보리쪽으로 오면 아기자기한 것이 일본 느낌이 난다. 도톤보리에 묵는 사흘동안 나는 거기서 많은 한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오사카를 추천 여행지로 꼽는 사람들 중 그 곳에 한국대사관이 있어서 안심할 수 있다는 글도 많았다. 


군침도는 음식들이 많아서 나는 다행히 환전을 하고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나마비루를 외치기 전에 물을 달라고 했다.      

내가 점원에게 워터라고 말했는데 점원은 못알아들었다, 나는 나중에야 그가 내 말을 못알아 들은척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메뉴판을 가져다주고 나는 다시한번 일본어 번역 맵을 돌려 오미즈 구다사이라고 말했고 그가 물을 가져와서 갈증을 해결 할 수 있었다.   

   

나는 돼지고기를 먹을지 소고기를 먹을지 고민했다. 포크커틀릿이냐 찹스테이크 중에 골랐고 그에게 메뉴판에 써진 대로 포크커틀릿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사라졌다. 나는 제 2외국어가 일본어였기 때문에 간단한 일본어나, 뉘앙스정도는 알아 들을 수 있어서 텔레비전을 보며 하필 개그프로그램을 틀어두었기 때문에 웃었다. 점원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것이 주문을 할때는 어버버 거렸으면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웃어대니까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생맥주도 함께 주문했다. 맥주가 먼저 나와 마시는데 그가 접시에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거기에는 돼지의 갈빗대 비슷한 것이 있었고 비계가 붙은 고기가 놓여있었다. 사실 고기라고 볼 수 없고 비계에 가까웠다. 나는 항의하지 않고 그것을 들고 가만히 보았다. 여행을 하는 내내 푸대접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오사카성에서 거절당하고 그 점원에게 푸대접을 받고 나니 마음 깊은 곳에서 화가 분연히 일었다. 전날 고베의 기타노 이진칸에 갔을 때 거기에 고베항에서 내린 외국인들의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한 그곳에서도 나는 똑같은 마음을 느꼈다. 발광하는 부엉이상을 찍다가 나도 모르게 돌연 화가 났었다. 그곳은 그러니까 모든 것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계가 아닌 고기를 조금 잘라내 씹었다. 점원이 다가와 언제 일본에 왔냐고 영어로 물었다. 영어라기에는 부족한 말이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사나흘전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코리안들은 왜 오사카에 오냐고. 

나는 한국말로 말했다. 

왜요는 일본노래고. 

잘라낸다고 잘라냈는데 물컹한 비계가 씹혔다.     


최근에 나는 소설 소재들을 찾다가 문득 그때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오사카성 자료조사를 하다가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려 8년 전 일인데도 나는 그 점원의 태도가 잊혀지지 않는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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