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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채 Jul 08. 2022

소아채혈실의 곰돌이는 숨어있다

수술이후 넉달만에 하는 검사였다. 초음파와 담당교수님 진료를 보고, 채혈한 후 ct, 흉부 mri를 찍는다. 


가슴 수술 후 처음하는 채혈이라서 긴장을 했다. 


수술받을 때부터 유방 절제술 환자는 채혈할때 팔에서 하지 않고 다리에서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면서 다리에 혈관 찾는게 어려웠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여기저기 바늘로 찔러대는 고통이 뒷따랐고 약간의 공포가 생겼다. 팔에 찌르는 것보다 다리에 찌르는게 사실 좀더 아팠다. 


번호의 순번이 다가올수록 잔뜩 긴장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사람이 한껏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게 찌른데를 또 찌르고 또찌르기 때문이다. 


유방 전절제 환자며 양측 절제를 했다고 말하자, 간호원은 나를 소아채혈실로 안내했다. 


개인병원의 주사실처럼 간이 침대가 하나 있고 그위로 올라가서 다리를 뻗으라고 말했다. 

소독약의 서늘한 기운이 전해지고 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눈물이 핑하고 고였고, 

그 순간은 나는 왜 아플까.부터 시작해서 이 모든 상황이 후회가 되고 지치고...... 작은 고통에도 온갖 것들이 밀려와 눈물이 찔끔.


그때 천장에 곰돌이가 보였다. 

형광등에 사각형의 테두리를 잡고 빼꼼히 고개를 내민 곰돌이가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곰돌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았다. 

곰돌이는 왜 숨어서 말할까. 

곰돌이는 숨어서 말을 걸고 있었다. 

복어처럼 잔뜩 부풀어 올라서 짜증과, 지침과 누구인지 모르는 이에게 향한 분노같은 것을 내뿜는 나를

곰돌이는 말 걸고 싶은 표정으로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곰돌이와 눈이 마주치자 통증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곰돌이는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좌절하고 지치고 힘들고 불안하고 움츠러든 사람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말을 걸어올수 없는 희망.  

삶의 어디에나 숨어서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희망. 

곰돌이는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아채혈실의 곰돌이는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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