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장을 보려고 한다. 식품코너는 가끔 두부 행사를 하는데 그 주에 어김없이 두부 행사 중이었다. 1+1,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따지고보면 1개당 반값에 살수 있는 거잖아. 나 쫌 경제적인 듯.'
그리고 눈알을 데굴데굴 굴려 매대의 제품 이름표의 바코드 아래 아주 작게 적힌 개당 가격을 확인했다. 몇년전 내 주변 사람으로서 아주 드물게 경제적인 사람을 친구로 뒀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그 이유 때문에 멀어졌지만) 매대 제품 이름에 개당 가격의 존재를 나에게 알려줬고 그 때 나는 몹시 놀랐던 적이있다. 무려 30여년을 비경제적인 사람으로 살다가 매우 경제적인 사람들이 사는, 그러니까 그들이 인지하는 세계는 어떤 곳일까 생각하며 세상에 대해 깨우친적이 있었다.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자들의 멋짐에 대해 생각했던 계기. 아무튼 그때에 비하면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며 두부를 샀다.
두부의 소비기한은 꽤 길어서 거의 2주 정도나 됐기 때문에 2주 안에 두부 두 모를 먹는 건 쉬운 일처럼 여겨졌고 무엇보다 두부 한 모는 공짜였기 때문에 설사 두 모 중 한 모만 먹더라도 이득인 샘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2주가 흘렀고, 두부 한모는 점차로 냉장고 구석으로 밀린 채 소비기한을 이틀이나 넘기고 나에 의해서 새롭게 발견되었다.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 어슬렁 거리며 일어나 멍청하게 두부 소비기한 날짜를 확인하고 오늘이 몇 일 이었더라 또 생각하다가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 후 '아, 이런 이틀이 지나버렸잖아. 모든 건 계획대로(?).' 라며 팩채로 두부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사실 팩을 뜯어서 두부는 음식물로 팩은 재활용함에 비닐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지만 그 세가지 행동을 한 후 다시 음식물을 버리고 재활용을 버리러 갈때까지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을 해내는 걸 생각했을 때 너무나 귀찮은 일이었다. 그리고 나서 팩 채 버려진, 결국 쓸모를 다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쳐박혀버리고, 소각되어질 두부를 마주보다가 이런 또 환경 오염을 저질러 버렸군 하며 쓰레기통 뚜껑을 닫고는 시야에서 완벽히 차단해버림으로 써 자괴감을 회피를 통해 잊고자 하는 나의 행위까지 완벽(?)했다.
사실 그 두부는 사흘 전에 버렸지만, 두부를 버리고 나서 사흘동안이나 그 두부의 마지막이 눈에서 떠나질 않았다. 쓰레기통에 두부를 던져 넣음과 동시에 등가 교환된 나의 우매함과 어리석음이 사흘동안이나 빚처럼 불어나 있었다.
하나더하기 하나가 아니라 둘중 하나가 되었다가 남은 하나에 대한 처리비용에 죄의식까지. 이게 과연 경제적인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1+1 은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고 한다. 3860원인 두부를 50% 할인해서 1930원이라고 했을 때와 1+1이라는 '덤'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략이라는 건데, 어쩌면 두부 한 모는 원래부터 1930원이 아닐까. 개당 1930원에 유통이 되어도 이문이 남는 것 아닐까. 1+1이니 덤이니 하는 것은 말그대로 판매 전략, 자본주의 껍데기, 허울이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아니면 정말 미치거나) 비경제적인 인간이 경제적 인간이 되기도 어렵거니와 자본주의를 살아가기에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며 이 모든 고된 과정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두부 한 모만 살 것을 다짐하고는 휴대전화 알람을 확인했는데 샴푸가 1+1이라고 하니 나는 또 알람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