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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토일 Jan 24. 2024

낙선 소설

꽃다발 01

 건물들이 왜 다 녹슬었지 어디 바다가 있나 하고 내가 말하자 윤경이 언니 안산 바닷가 옆이에요 하고 말했다. 안성과 착각했나 혼잣말을 하며 지도 검색을 하고 있을 때, 윤경은 언니, 주간 끝나고 오이도 갈래요?라고 물었다. 나는 오이도가 가깝냐고 물으며 숙소에 가서 지아한테 물어보자고 했다. 


 2016년에는 연어 무한 리필이 유행이었다. 해마다 유행 같은 게 있었다. 올해는 오징어 게임 때문에 달고나가 유행이고 작년인가 재작년엔 홍루이젠이 유행이었다. 연어가 유행이던 해 나는 윤경, 지아와 함께 안산에 있었다. 청주 산단에서 안산 반월로 지원을 나갔었다. 숙박은 회사에서 잡아준 역 근처 모텔이었다. 근무 하루 전 도착해 짐을 풀고 있을 때, 반장으로부터 식대 후지급이라는 비보를 듣고 맥주 한잔하러 가는 길이었다. 지아는 숙소에 남았다. 인원은 셋인데 방 두 개를 잡아줬다. 작은방은 지아가 쓰기로 했는데 지원 조 명단이 호명된 후 나한테 와서 사정이 있으니 방을 따로 쓰고 싶다고 했다. 눈치껏 알겠다고 했다.


 연어 무한리필집은 3층에 있어서 도시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아직 아픔을 잊기엔 짧은 시간이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사람들은 가방과 옷에 유행처럼 노란 리본을 걸고 다녔었다.


 윤경은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건물마다 하나 건너 연어 무한 리필 현수막이 걸려 있는 걸 보니 연어가 유행이긴 유행인가 보다. 윤경은 첫 잔 가득 거품을 따라놓고는 멋쩍은지 센스가 없네라며 맹하게 웃었다. 패널 검사를 할 때 윤경이 자주 듣는 말이었다. 회로가 인쇄된 패널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었는데 검사장비에 설정하는 것도 어려워했고 쇼트 같은 회로 불량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융통성 있게 양품으로도 넣을 수 있어야 하는데 윤경이 죄다 불량으로 뺐다. 그럼 선임 작업자들이 윤경이 검사한 로트 전체를 재검하는데 검사지에 165개라고 불량을 적어놓은 걸 막상 찾아보면 10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양품이었다. 


 일할 때 빼고는 이야기해 본 적도 없는데 낯선 곳에 와 이제는 한 침대를 써야 하는 입장이었다. 내가 코골이가 심한데 하고 말하자, 전 자면서 방귀도 뀌어요라고 말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는 내숭도 없고 괜찮은 구석이 있는 아이구나 싶었다. 서른둘의 나보다 여섯 살 어린 윤경이는 교대할 때마다 검사하던 로트의 인수인계도 없이 나가거나 심지어 인사도 없이 나간다며 언니들 사이에서도 말이 나오는 아이였다. 같은 조에 배정받았을 때 너 어떻게 하냐며 언니들이 한 마디씩 했다. 짧으면 일주일 길면 이 주일이 걸리는 기간 동안 잘 지낼 수 있을까.


 문제는 첫날부터 터졌다. 새벽에 통근버스 시간에 맞춰 깨웠더니 먼저 가라며 근무 시간 딱 맞춰 택시 타고 온다고 했다. 나는 지아와 먼저 회사로 갔다. 조식을 먹으며 연락했는데 답장이 없었다. 두 번째 타임이 끝나가는 10시쯤이 되어서야 들어왔다. 반장이 내게 잔업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윤경에게 잔소리를 해줄까도 싶었지만 어떻게든 잔업은 피하려고 오전 내 검사 물량을 빼기 바빴다. 점심을 먹고 윤경을 불렀다. 우리는 다 성인이고 여기는 학교가 아니라고 했다. 윤경은 잠자코 내 말을 듣고만 있다가 내 화가 누그러들자 언니 미안해요라며 맹하게 웃었다. 웃음으로 때우는 거냐며 한 소리 하려다가, 앞으로 잘할게요 하고 팔짱을 끼며 살갑게 굴기에 알겠어 믿는다라고 말했다. 남은 주간 이틀 동안은 성실히 일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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