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물소리에 잠에서 깼다. 유리창으로 줄줄줄 물이 흐른다. 윗층 어느집에선가 물청소를 하는것. 몇번인가 민원을 넣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물청소는 비오는 날에 하라고 관리실에서 몇번인가 방송을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화가 났다. 창문의 얼룩과 창문틀에 고이는 물을 보며 분노가 차올랐고 시야가 어른거렸다. 잠옷에 덜렁 윗옷만 걸치고 현관문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기필코 어느집인지 찾아내서 요절을 내주겠어. 뭐 그런 감정을 담고서. 엘리베이터가 더뎠다. 아파트 정문의 2차선 도로의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횡단해 길건너편으로 갔다. 1층부터 우리집까지 기다란 물줄기를 따라 올라갔다. 하나, 둘, 셋......저 집, 저 집이다.
분노는 일렁이고, 쿵쾅쿵쾅 심장이 요동치고, 발에 힘이 들어간다. 두고보자는 생각으로 아파트 정문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하다가 투둑투둑 물 떨어지는 소리에 1층 창가를 올려다봤다. 화분이 쪼르륵 놓여있고 그 옆으로 할머니 한분이 손을 뻗어 화분 하나를 내놓는다. 1층 창가에 다다라서 약해진 물줄기 끝에 놓인 화분들.
며칠 전 읽은 토마토화분이 있는 시 한편이 떠올랐다. 물체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라는 그 시. 나는 아파트 현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쪼르륵 놓인 화분을 바라보다가, 눌러 쓴 후두를 벗었다. 입추 지난 여름 햇살에 층층이 창마다 만들어진 인공폭포 물줄기 얼룩이 선명해진다. 바람이 불었다. 집으로 가자. 집으로.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