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모든 날을 기쁨과 평온함의 색깔로 칠하기란 불가능했다. 어느 날의 하루는 이상하리만큼 불안감과 죄책감으로 뒤덮여있어 그 속에 들어가면 앞을 보기가 힘들 정도다. 안개와 같은 감정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눈을 가려대곤 하는데, 내 안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 문제를 해결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마음이 가벼웠을 것임이 분명하다.
과거의 어떤 시점에서 내가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던 것을 현재의 내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저주에 걸린 것이나 틀림없다. 이미 시간은 지났고, 그 공간에 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만은 그곳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히 괴로운 일이지 않은가. 그 감정은 어찌 보면 오롯이 용서받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감과도 연결되어 있다. 특히 자기 자신조차 용서할 수 없을 만한 일이라면 그 부정적인 감정은 배가 된다.
물론 이 나쁜 감정을 잠시 옆으로 제쳐두고 마음 편하게 다른 볼일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이 참 힘들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하면서도 사람처럼 나약한 존재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잊을 수 없는 과거, 잊지 못하는 과거, 아니면 혹시 내가 그 잘못으로 점철된 과거조차 아끼고 사랑하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과거의 무의미함, 을 깨닫기 위해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현재의 우리가 해야 될 일이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니 과거를 무조건 무의미하게 볼 일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지나간 과거가 그리 힘이 세지는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의 우리를 괴롭힐 만큼의 영향력 있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 그것 하나 깨닫고 인정하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하는 존재이므로, 이 모든 것을 내려놓듯 오늘도 걸어야겠다.